사실 적시 명예훼손 합헌 … 진실을 말해도 죄가 된다

2021-02-26     김현동

[2021년 02월 26일] - 내가 입은 피해가 사실이기에 이를 게시판에 발성한다. 인터넷을 통한 알려지는 논증 상당수가 직접적인 팩트에 기인한 현상이고 더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설령 진실일지라도 발설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는 변함없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진실된 내용일지라도 그것으로 인해 타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현행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합헌의 발단은 지난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는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부당한 진료 탓에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해당 병원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 행위를 인터넷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같은 해 10월 헌법소원을 접수했다.

현행법은 형법 307조 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예외를 뒀는데 공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진실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 는 것. 이번 판시에는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이 같은 설명에도 시민단체는 합헌 결정에 우려를 표하며,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이 탄력 받을 것을 지적했다.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제시하는 소송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H자동차 기업이 문제점을 공개한 유튜버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이 대표적이다. 와디즈 펀딩을 통해 최근 2년 6월이 선고된 M전기차 기업도 지난 16년부터 누적된 비리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남발한 것 또한 비슷한 사례다.

이러한 소송은 오랜 시간 내용을 발설한 이를 상대로 위축 효과를 발생해 더는 추가 활동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심적으로 압박을 가해 입막음 하는데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권력과 자본을 지니고 있다면 본보기로 삼아 진실 규명을 아예 못하게 막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한 이유로 법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만 처벌을 피할 수 있게 예외를 뒀지만 이런 언론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예외 조항이 실효성을 얻기 이전에 고발이 이뤄지고, 사법당국이 요청하는 조사에 응하는 과정에 많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 실상이다. 그럼에도 헌재가 합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진실일지라도 발성에는 신중을 기대 달라는 의중에 따른 결과다.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함이기에 침해의 최소성 보장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만단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 유감

시민단체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했다.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은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미투 운동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임을 지적했다.

게다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기 때문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부분은 헌재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민사 손해배상의 대원칙을 넘어선 ‘징벌적’인 배상이 필요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명예 보호에만 치우친 판단을 하고 있음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또한 성희롱 등 법적 처단의 대상이 아니지만 비판받아 마땅한 부조리한 행위도 사회에 무수히 존재하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은 상황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음에 귀 기울여야 했음을 강조했다.

공적 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미투 운동이나 학교폭력 피해사실 고발과 같이 사인(私人)의 비위를 고발하는 행위도 중요하게 보호받아야 하는데, 합헌 결정은 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취지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제 국회의 결단만 남았음을 강조하며, 국회가 헌재의 유력한 위헌 의견과 국제사회의 권고를 반영하여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공익적 목적 없이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공개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보완 입법을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폐해를 시정해나가길 바란다. 고 덧붙였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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