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파워·AIO·글로벌 파트너십까지…마이크로닉스의 2026년은 달랐다

2026-03-20     김현동

한미마이크로닉스의 2026년은 예년과 결이 달랐다. 매년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파워서플라이와 PC 케이스, 주변기기 신제품을 선보여 온 회사이지만, 올해 현장에서 읽힌 기류는 제품 공개 그 이상의 것이었다. 디자인을 앞세운 하드웨어 기업,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듬어 온 제조사라는 기존 인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시장의 판을 먼저 흔들고 외연까지 넓히려는 의지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마이크로닉스는 2026년, 기존에 잘하던 것을 더 잘하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선언은 제품보다 먼저 분위기로 감지됐다.

행사 오프닝부터 그러했다. 사회자는 지난 2년간 밤낮없이 고민해온 혁신의 결과물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언급했고, “하드웨어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마이크로닉스의 답”을 이 자리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통상 이런 수사는 발표회장에서는 으레 따라붙는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조금 달랐다. 뒤이어 이어진 디자인 세션과 파워 세션, 그리고 브랜드 확장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주장은 입에 발린 수사가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이미 방향이 정리된 전략 문장에 가까워 보였다.

"마이크로닉스의 특이점이 시작됐다."


문장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올해 발표 내용이 리뉴얼의 축적이 아니라 사업 구조의 확장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닉스는 원래도 자체 디자인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남들과 다른 외형, 사용자의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 단순 스펙 경쟁이 아닌 ‘보이는 하드웨어’로서의 설계가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그런데 2026년의 마이크로닉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존 제품군을 더 다듬어 상품성을 높이는 한편, 애즈락과 그레이트월 같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품고, 나아가 8년 만의 올인원 AIO(현장에 전시된 제품은 라이젠 9600X + 라데온 RX 9070 + 서린씨앤아이 유통 DDR5 메모리 조합) PC까지 선언했다. 자사 브랜드 한 길을 걷던 회사가 이제는 외부 브랜드까지 전략적으로 포섭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보수적 안정 대신 공격적 확장을 택한 모습이다.

디자인 세션은 변화가 어디에서 이뤄졌는가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메시 타입 케이스 ‘릿지’ 시리즈는 '어항 케이스의 피로감'과 '쿨링 성능에 대한 갈증'을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시장에서 유행하던 문법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시장이 느끼는 피로를 정확히 짚고 다른 답을 내놓겠다는 나름의 접근이다. 특히 기존 제품의 둔탁함을 덜어내기 위해 전면 베젤 두께를 과감하게 줄이고, 사선의 입체 조형으로 새로운 인상을 만들었다는 시도는 마이크로닉스가 디자인의 정점에 다다른 회사임을 보여줬다. 릿지 프로와 릿지 맥스로 세분화한 구성 역시 명확했다. 메인스트림과 플래그십 사용자를 나눠 흡수하면서도, 두 모델 모두 쿨링 퍼포먼스를 전면에 세웠다.


위즈맥스 ML-420 에어로, 위즈맥스 샤인, 위즈맥스 슬로프 C30, 위즈맥스 스텔라로 이어지는 흐름도 흥미로웠다. ML-420 에어로는 스테디셀러를 리뉴얼한 모델이지만, 그래픽카드 다이렉트 팬, 스윙도어, 하단 덕트 설계를 접목한 결과 냉각 성능이 개선됐고, 전면과 측면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구조로 시각적 개방감까지 챙겼다. 위즈맥스 샤인은 강화유리와 라인 조명, 전시 공간까지 결합해 PC 케이스가 단지 부품을 담는 그릇을 넘어서 데스크 위 오브제로 소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슬로프 C30은 하단 라인과 덕트 구조로 차별화를 꾀했다. 스텔라는 전면 파워 장착형 듀얼 챔버라는 꽤 과감한 방식이다. 다시 말해, 올해 케이스군을 통해 마이크로닉스는 앞으로 어떤 문법으로 제품을 설계할 것인지를 예로 들었다.

변화는 쿨러와 액세서리, 그리고 올인원 PC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신규 수랭 쿨러 2종은 가성비를 강조하면서도 회전형 워터블록, ARGB,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튜닝 수요와 실용성을 동시에 노렸다. 눈에 띈 대목은 파워 인렛 커버 같은 액세서리다. 기존에는 조립 이후 존재감이 사라지는 파워서플라이를 시스템 후면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행사가 끝난 이후 생각해봐도 꽤 마이크로닉스다운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부품까지 디자인의 일부로 다시 해석하려는 시도, 이것이야말로 마이크로닉스가 단순 유통사와 실제 제조사와의 다른 지점이다.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8년 만의 올인원 PC 선언이었다. 위즈맥스 올인원 32인치는 그 자체로 메시지가 분명했다. 올인원 PC는 성능이 아쉽고 확장이 어렵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수겠다는 것. 메인보드를 비롯한 핵심 부품을 데스크톱 규격으로 지원하고, 최대 3팬급 그래픽카드까지 장착 가능하게 하겠다는 설명은 꽤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32인치 QHD 180Hz, HDR, AI 카메라, 듀얼 스피커, 카본과 우드 패널 같은 선택지를 더했다. 물론 개발 중이라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됐다. 왜냐하면 마이크로닉스가 이제는 부품 기업을 넘어 완성형 시스템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강점이던 제조 회사에서, 완제품 시스템 회사로. 2026년 현장은 전환의 신호탄이 분명했다.

파워 세션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최근 PC 시장에서 GPU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AI 인퍼런스 및 학습 수요가 확대되면서 시스템 전력 설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먼저 제시한 마이크로닉스. 회사는 이를 GPU-VR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기술, ‘GPU-AI’라는 이름으로 천명하고 GPU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즉각적으로 전압을 보상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이는 단순히 고출력 파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발상이다. 고성능 GPU 시대, 나아가 AI PC와 워크스테이션 시대에 파워서플라이는 시스템의 기준점이 된다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스트로 P2, 위즈맥스 P 3000W, 에보 시리즈, 클래식 II EV로 이어지는 제품군도 같은 맥락이다. 특허 출원 중인 신기술을 앞세운 프리미엄 라인, 멀티 GPU 워크스테이션을 겨냥한 3000W급 초고출력, 베스트셀러 라인의 EV 확장, 내구성과 안전성을 강조한 에보 시리즈까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는 애즈락 파워 제품까지 새롭게 런칭했다. 타이치와 스틸 레전드 같은 외부 브랜드가 마이크로닉스의 손을 잡고 시장에 상륙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 이는 마이크로닉스가 이제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묶어내는 플랫폼형 사업자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에 가깝기 때문. 예년의 발표회가 ‘우리 브랜드의 신제품’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우리가 만드는 생태계’를 제시하는 자리라 평하는 이유다.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업계가 잘 안다. PC 시장은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구간을 반복하고 있고, 소비자는 더 비싸진 부품 가격 앞에서 선택에 신중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읽힌 마이크로닉스의 기조는 위축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디자인은 더 강하게, 성능은 더 직접적으로, 포트폴리오는 더 넓게 가져가겠다는 태도다. 수세가 아니라 공세이며, 방어가 아니라 선점이다.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부동자세일 때 기준을 먼저 제시해 리드하겠다는 인상이다.

결국 2026년의 마이크로닉스는 자체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케이스와 파워의 존재감을 키우고, 외부 브랜드를 포섭해 영향력을 넓히며, 급기야 올인원 PC라는 완성형 제품군까지 손을 뻗었다. 따라서 예쁘게 만드는 데 강한 회사라는 기존 평가만으로는 더 이상 설명이 부족하다. 올해 마이크로닉스가 보여준 것은 미학이 아니라 방향성이었고, 정교함이 아니라 야심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야심은 꽤나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행사 말미에 깜짝 2부 세션을 통해 마이크로닉스에 새롭게 합류한 그레이트월(Great Wall)이 단상에 올랐다. 먼저 사회자는 그레이트월을 두고 마이크로닉스의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내용도 수식이 과장이 아님을 뒷받침했다.


그레이트월은 1989년 설립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업력을 쌓아온 대형 전원공급장치 제조사다. 연간 2천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췄고, 7개의 R&D 센터와 4개의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서버용 및 컴퓨터용 파워서플라이 분야에서 중국 내 최상위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확대에 맞춘 고출력 전원 솔루션까지 폭넓게 전개하고 있다. "이제 마이크로닉스는 혼자 달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제조 역량과 손잡고 시장 판을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레이트월의 등장은 바로 그런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레이트월의 핵심 역량으로 대규모 연구개발, 높은 품질 신뢰성, 그리고 글로벌 B2B 대응력을 내세웠다. 특히 서버용 CRPS 시리즈와 데이터센터용 고출력 전원 솔루션은 그레이트월이 여타 파워브랜드와는 다른 강점임을 강조했다. 최대 3600W급 서버 전원, 24시간 365일 무중단 운영을 전제로 한 설계, 그리고 AI·데이터센터 시대에 맞춘 고밀도 전원 기술은 지금 시장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정확히 반영한 구성이다. 여기에 틱톡, 알리바바, 화웨이, 레노버, 아수스, 커세어, 마이크로닉스 등 글로벌 주요 기업 공급 이력까지 언급되면서 기술력과 생산 신뢰성에 대한 무게감도 더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 전략이다. 그레이트월은 한국을 ATX와 서버용 전원공급장치를 함께 전개하는 핵심 시장으로 분석했다. 소비자 시장부터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동시에 대응하겠다는 듀얼라인 전략, 현지 선도 기업과의 협업, 그리고 마이크로닉스를 통한 현지화 운영 방침도 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곧 마이크로닉스가 앞으로 자체 브랜드 제품만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을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는 허브 역할까지 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부 세션은 바로 그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마이크로닉스 관계자와의 1문 1답]

Q1. 새롭게 공개한 게이밍 올인원 PC는 어느 정도 가격대로 예상하고 있나요? 최근 메모리와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출시 일정에도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1. 게이밍 올인원 PC는 일반적인 저가형 올인원 제품이 아니다. 사용자가 여러 방식으로 고성능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개발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다만 최근 메모리 시장과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아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처음 계획했던 시점보다는 조금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는 쪽으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대는 높게 형성될 전망이다. 그래픽카드와 기본 시스템 구성을 포함하면 300만~400만원 이상대의 고가 제품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품질과 상품성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Q2. 그레이트월 서버용 파워서플라이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계획인가요? 완제품 형태로 공급하는지도 궁금합니다.

A2. 그레이트월과의 협업은 처음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년 전부터 일부 CRPS 제품을 파트너사에 공급해 왔다. 올해 2월 MOU를 체결하면서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단계다. 다만 처음부터 완제품 서버를 공급하는 방향은 아니다. 우선은 부품 단위, 그리고 베어본 형태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전시된 샤시와 시스템도 그런 방향성을 보여주는 예다. 서버 전원공급장치 사업은 완제품보다 먼저 기반이 되는 부품과 플랫폼부터 차근차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Q3. 올인원 PC 후면 LED는 단순 조명인지, ARGB처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나요?

A3. 후면에는 ARGB LED가 적용된다. 사용자가 직접 효과를 편집할 수 있는 형태로 들어간다. 단순히 빛만 들어오는 수준이 아니라, 벽면에 반사되는 연출까지 고려한 구성이다. 설치 환경에 따라 체감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게이밍 감성을 살리는 요소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4. 케이스 하단 경사 구조나 그래픽카드 쪽으로 직접 공기를 보내는 설계는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요?

A4. 절대적인 수치를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다. 부품 조합에 따라 다르고 그래픽카드 종류에 따라서도 편차가 있다. 다만 내부 테스트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적게는 2도 정도, 많게는 6도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확인하고 있다. 결코 작은 차이는 아니다. 그래픽카드뿐 아니라 CPU와 메인보드 주변까지 전체적인 공기 흐름이 좋아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5. 애즈락 파워는 현재 시장 반응이 어떤가요? 또 마이크로닉스 기존 파워 제품군과 포지션이 겹치는 부분은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요?

A5. 애즈락 파워는 지난해 와디즈를 통해 사전 프리오더 형태로 먼저 선보였고, 정식 판매는 최근 시작했다. 아직 판매를 시작한 지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시장 반응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시장 자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당장 성과를 논하기보다는 차근차근 퍼포먼스를 끌어올려 나가는 쪽에 가깝다. 내부적으로도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이미 마이크로닉스가 다양한 파워를 판매하고 있는데, 애즈락 파워까지 들어오면 포지션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실제로 일부 라인업은 겹친다. 다만 애즈락은 타이치, 스틸레전드처럼 브랜드 자체가 가진 색이 분명하다.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같은 애즈락 제품과 조합을 원하는 소비자층도 있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 브랜드별 차별화를 가져가고, 동시에 시장 안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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