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한끼, 오늘고기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
소박한 한끼, 오늘고기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
황제의 만찬이 부럽지 않다.
  • 김현동
  • 승인 2019.12.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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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말라!

[먹어보니] 오늘고기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




[2019년 12월 30일] - 20대부터 시작한 자취가 어느 사이 근 20년 세월이 다 되어간다. 나이 40줄에 접어들어도 식습관은 예전 그대로다. 그저 ▲맵고 ▲달고 ▲짜고라는 3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음식이라면 내 입맛에 달게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 맛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혼자 사는 사람의 영구미제 딜레마 같은 거라! 멋모르고 쉐프 따라 하는 순간 수습하기 어려운 강을 건너길 여러 번이다.

제아무리 인터넷에서 진리로 통하는 조리법을 답습한 들 심심하고 슴슴하고 왠지 모를 부족함 2%가 번들처럼 따른다. 결국 시장에서 파는 양념육만큼 위대한 건 없다는 깨우침에 이마를 치고 삶의 진리를 깨우친다.

마음에 들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매번 달라지는 미묘한 맛이 대표적이다. 먹음직스럽게 양념이 잘 배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달리 영 먹기 싫은 색상과 모습으로 팔릴 때도 많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라면 상태 좀 일정하게 유지하면 안 되나? 신선도 만큼이나 중요한 맛이 보장되지 않으니 감정 기복은 춤을 춘다.

하물며 지나치게 짜거나 혹은 맵거나 또는 고추장 맛만 느껴질 때는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이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 2근에 1만 원이라는 미끼는 매력적이나 혼자서 먹기에는 과하고, 남기다 보면 시기를 놓쳐 버리는 일이 태반이다.

깔끔하게 제대로 된 제육볶음. 한 번에 맛있게 먹는 방법이 궁하다.


해결책을 고심하던 중 우연히 지인에 소개한 오늘고기 브랜드. 양념육에 브랜드가 웬 말인가 싶을 수 있겠다만 그만큼 품질에 자신 있기에 내걸고 파는 것이라 이해하시라. 전통시장에서 팔다 남은 잡육 섞어가며 만든 고기만 먹다가 양질의 부위로 제대로 만든 양념육을 마주하니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양념육 사러 시장까지 갈 필요 없는 데다가 위생적으로 잘 포장된 냉장 양념육이 집까지 배달된다. 현대 산업의 이기에 인간이 띠룩띠룩 살이 찌는 이유다. 그렇게 마주한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 살찌는 소리가 여지없이 들렸다.

한 팩 중량은 500g. 한 근이 조금 못되지만, 성인 남성 기준 한 끼에 다 먹기에는 풍족하고, 두 끼로 나누어 먹으면 부족하다. 붉은색에 담긴 시각적인 강렬함은 입안에서 감돌 매콤한 맛을 연상시키지만 정작 조리 후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설탕 요리의 대부 백종원 조리법에서 핵심으로 사용하는 설탕의 효과라 여기면 곤란하다.

잘 포장된 양념육을 개봉하는 순간 코끝으로 느껴지는 사과 향이 제법 은은하다. 즉 붉은색에 현혹되어 맵기만 한 고추장 양념육이라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잘 재워둔 숙성 양념육이라는 의미다. 판매 문구에 적힌 그대로를 차용하자면 주문 후 도착한 1팩은 약 72시간 알맞게 숙성이 이뤄진 상태다. 딱 먹기 좋은 상태이기에 가급적 수령 당일 먹는 것을 권장한다고.


숙성은 각종 양념을 기본 베이스로 이뤄졌다. 전통시장에서 무대뽀로 고추장 넣고 간장 넣고 쇠고기 다시다로 마무리해 만드는 오묘한 배합이 아니다. 물론 감칠맛이 필요하니 MSG가 들어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먹던 미역국의 진한 국물맛이 MSG가 만들어낸 참된 진리라는 것을 깨우치는 순간 성숙한 거다. 정 의심되면 물어보시라. 옛 어르신의 요리 필수 비기 첫 번째는 그러했다. 오늘고기에도 이의 진리가 충분히 담겼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물음에?
오늘고기 사진으로 답신하다.
나를 위한 사치, 냉장고 속
오늘고기 한 팩이면 마음도 든든

부위는 뒷다릿살이라 불리는 후지다. 한국 사람이 사랑하는 대표 부위가 삼겹살이라지. 그 외 부위가 찬밥 대우 받는 현실에서 정작 다리는 족발이나 선호할 줄 알지 먹을 줄은 모른다.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는 흑돼지 뒷다릿살을 이용해 고추장 불고기로 만들었다. 지방이 적은 부위라 다이어트에 예민한 젊은 여성도 부담이 적다.


조리법은 단순하다. 사실 양념육 조리하는 데 그리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잘 달궈진 무쇠 팬에 약간의 식용유 바르고 적당량을 넣고 휘휘 저어가며 익히면 끝. 물론 더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한다면 몇 가지 야채가 필요하다. 자취생이라면 괜히 이것저것 사들인 후 뒤늦게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깔끔하게 양파 하나만 넣는 것이 좋다.

늘 인스턴트를 달고 사는데 양파는 그 점에서 우리 몸속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양파 한 알 잘 썰어 넣고 익을 때까지 볶은 후 늘 먹던 제육볶음의 모습을 연상하며 식탁에 올려본다. 혼자 사는 마당에 따끈한 김 모락 피어나는 한 끼 식사는 지나치게 호화롭고 방금까지 찬밥이었다가 전자렌지의 자비로 적당히 온기 품은 밥이 더 어울린다.

혼자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락을 많이 주문하게 되고 요기요 혹은 배달의민족 같은 문명에 노예로 길들어 가산을 탕진한다. 한 끼 식사에 최소 주문금액 1만 5천 원을 넘겨야 하는데 배달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날강도 짓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해내면서도 본디 배고픔은 이성을 앞서기에 그때 뿐인 이번 주문이 마지막이며 수없이 자위한다.

배고픔이라는 것은 결연한 의지조차도 한 방에 무너뜨릴 정도로 존재감이 강한지라 딱히 탈출구가 없는 한 소비는 반복되며 빈곤의 늪에 빠져든다. 배달 앱의 꿈수에 걸려 값어치도 못하는 음식 사먹으며 배불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모양도 없다. 장사치의 장삿속에 언제까지 속아나란 말인가! 조금은 불편해도 조리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재료를 사서 조리하기에는 번거롭고 불편하며 손이 가는 것조차도 싫은 이유는 배달음식이라는 것이 대안이 된 탓이다. 물론 오늘고기가 선보인 고추장 돈 불고기 또한 마냥 편리한 식사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난 지금 고기가 먹고 싶다’ 생각이 번뜩이는 순간에 맞춰 냉장고 속에 ‘내 배를 갈라 조리해 드세요’라며 요염한 자세 취할 것을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언제가 될지 모를 날을 위해 주문을 해놔야 하고 직접 조리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집에 음식 냄새도 가득 찬다. 결벽증 확고해 음식 냄새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 거부감 확실히 들게 하는 옵션이다. 그게 아니라면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 한 팩 주문해 뒀다가 고기가 당기는 날 요긴하게 쓰일 보험 같은 존재다. 물론 딱 알맞게 숙성이 된 지라 무한정 냉장 보관은 곤란하고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 해동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가장 좋은 것은 소중한 이와 함께 먹는 한 끼 식사다. 하지만 갈수록 팍팍한 세상에서 그럴 여지는 희박하고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도 부담인 1인 가정. 그렇다고 먹는 것까지 포기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 오늘고기 신(辛)나는 흑돼지 불고기와 함께라면 어제까지 분명 빈곤했던 밥상이 이 순간만큼은 황제의 만찬이 부럽지 않게 탈바꿈한다. 참고로 알싸한 소주 한 잔 곁들인다면 딱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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