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목조목’ 대응한 인텔, 전략 달라졌나?
‘요목조목’ 대응한 인텔, 전략 달라졌나?
코어수가 8코어 이상 늘어나면 게임에서 이점이 없다.
  • 김현동
  • 승인 2019.12.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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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의식 인텔, 날 세운 대응 부각

“벤치마크가 실제 워크로드를 반영해야 한다.” 지적도




[2019년 12월 19일] - 올 한해 파란만장한 구설수 다분했던 인텔. 선도 사업자라는 이유로 차마 내뱉지 못한 속내를 삭히고 또 삭혔을 거라 예상합니다. AMD와 얽힌 오만가지 사건에서 하나같이 등장하는 단어가 자존심을 후벼파낼 정도로 예리한 칼날 세운 형국이었는데요. 각종 벤치마크 자료를 토대로 성능까지 밀렸다는 언론 보도가 뒷받침하며 인텔의 입지를 더욱 옥죄는 모양새는 더욱 첨예하게 전개됐습니다.

가격 인하는 좋은 빌미가 되었는데요. 궁지에 몰리자 점유율 반등을 노리며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는 내용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며 ‘그게 아닌데~’라는 해명 한마디 못하고 ‘인텔이 AMD를 견제한다더라’는 말은 결국 꼬리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인텔은 다음 해 신기술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야심에 찬 계획을 나열하곤 했습니다. 2019년 올해는 18일에 열렸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행하던 인텔의 모습과는 360도 달라진 모습으로 행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청중을 상대로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 일색이 무게감 있게 전달되면서 장내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습니다.


AMD보다 더 나은 아키텍처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행간의 메시지는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 일부에 경쟁사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입장을 언급할 정도로 인텔의 태도는 완곡했습니다. 그 모습에서 마치 전쟁터를 나가는 장수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였는데요. 말을 하지 않아서 못했을 뿐, 꼼꼼히 준비해서 이날만을 기다린 모양새입니다. 시장에서 비교되던 모든 사안에 대해 대응하며 나열한 모습은 향후 시장에서 양대 브랜드의 치열한 접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풀이됩니다.

공정은 어느덧 10세대에 접어든 인텔. 하지만 7나노와 14나노 사이의 고리타분한 논쟁에 휘말리며 인텔의 위세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는데요. 10나노로 진일보한 아이스레이크와 14나노에서 머무른 코멧레이크가 인텔의 주력이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최대 6코어에 12 쓰레드, 혹은 4코어 8쓰레드라는 조합이 탐탁지 않게 보인다면 그건 바로 경쟁사를 의식한 탓이겠죠.

때마침 링버스(Ringbus) 구조와 메쉬(Mesh)를 적절히 활용한 단일 칩 설계와 CCX 칩렛(chiplet)으로 완성한 MCM(Multi Chip Module) 형태를 두고 ‘구현 방식일 뿐’이라는 지적도 현장에서 제기되었는데요. 단일 칩 형태가 레이턴시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분명 인정하는 내용임에도 그 둘의 차이가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의 AMD에 유리하게 작용한 배경일 겁니다.


인텔의 전략이 달라졌음을 암시하는 정황은 올해 열린 컴퓨텍스에서도 목격됐습니다. CPU 단일 품목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는 수년에 걸쳐 이어져 왔습니다. 아테나 프로젝트는 휴대 가능한 모바일/스마트 플랫폼에서 인텔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더 가볍고 더 오래 하지만 더 강하게 라는 3가지 골자로 지금의 데스크톱의 대체재가 갖춰야 할 요건 충족에 주목했습니다. 배터리 대란이라는 결점에서 최소 10시간에 달하는 구동을 1회 충전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업무 패턴을 충분히 소화 가능해질 테니까요!

선도 사업자의 움직임에 시장은 거부감 없이 화답했고 지금까지 총 21개 노트북 브랜드가 수용 의사를 밝혔고 실제 제품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단 예외가 있다면 LG전자의 2020그램 17인치가 되겠네요. 노트북 하면 상징적으로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가 인텔이 주도하는 아테나 프로젝트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독자 방식을 고집하며 더 나은 사용성을 언급한 대목은 얼마 전 공개한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공식화된 바 있습니다.

인증은 받지 않았으나 충분히 기준을 충족한다는 식의 주장을 내세웠습니다만 발열 탓에 현재 진행형인 엘지 그램 17인치의 성능 저하 논란을 떠올리면 신빙성은 떨어집니다. 그 말인 즉 아테나 프로젝트의 조건이 단순한 인증에 그치지 않음을 알게 합니다. 현장에서 인텔 관계자는 ‘성과를 중시하고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한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아테나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역설할 정도로 사용환경이 달라졌고 플랫폼의 변화도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데스크톱부터 노트북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분야까지 다각적인 시도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경쟁사와의 비교에서 검증 우위에 올라야 보는 시선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벤치마크가 성능을 제대로 측정하는가?”라는 인텔 관계자의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플랫폼에 무게를 두는 건 사용성인데, 상당수는 성능에 비중을 높이거나 실제 사용성과 무관한 테스트가 이뤄져 중시하는 ‘체감성능’과 엇박자라는 것이죠.

인텔의 주장을 풀이하자면 일반 컨슈머 대상 제품은 그에 걸맞은 테스트 방법을, HEDT와 같은 고성능 제품은 그에 합당한 평가 기준을 세워줄 것을 주문한 셈입니다. 8코어가 넘어가면 게임에서 얻을 실효가 없음에도 그 이상의 찬사로 유리함을 포장하는 것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인 데다가 코어수를 기준으로 ‘우와’ 하며 치닫는 경쟁이 사용자 경험에 얼마만큼의 이득을 안겨 줄지는 환경이 미비해 실제 검증이 지연되고 있기에 우위를 논하는 것이 성급한 오류를 초래하는 것임을 부인 못 합니다.

과거 인텔은 눈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라는 3가지 모습의 전형을 연상시켰습니다. 일인자의 도도한 콧대라며 이 같은 형태를 지적했으나 그 상황에서 해명해도 ‘거만한 인텔’이라는 지적이 연이어 터져 나올 게 뻔했기에 함구함이 옳았을 겁니다. 지금의 PC를 있게 한 선도사업자라는 기대 또한 인텔의 함구를 더욱 종용했던 배경인데요. 그러한 모습에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는 문구를 증명이라도 하듯 날 세운 대응에 나섰는데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모습이었습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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