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ITX 케이스, 누드(X) 누디(O) 브랜치
적나라한 ITX 케이스, 누드(X) 누디(O) 브랜치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케이스
  • 김현동
  • 승인 2019.12.16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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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X 튜닝! 어디까지 시도해봤니?

영재컴퓨터 누디 브랜치




[2019년 12월 16일] - 어머나 망측해라~ 이러한 표현은 어떨까? 혹은 은밀하게 속살 드러낸 케이스(?) 이 또한 어울렸다. 한 가지 특징을 뽑아보자. 어떤 식으로든지, 그 방식이 투명한 창을 통해 보여줬을지언정 이 제품은 그조차도 거부하고 아예 속을 훤히 드러낸 케이스라는 거다. 지금까지의 케이스가 답습하던 최후의 보루와 같은 옵션도 매몰차게 거부감 드러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먼지 유입 방지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 ▲이물질 침입 예방이라는 3가지 되겠다.

쉽게 말해 치명적이라 여길 수 있는 조건을 죄다 수용한 것인데, 그렇다 보니 호불호는 분명히 엇갈린다. 누구는 ‘유레카’를 외치며 반기겠지만, 그 반대라면 ‘이게 뭐야~’ 라며 외면이 수순이다. 한마디로 중간은 없는 케이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적나라함을 파격적으로 수용해 벗겨놓은 PC 케이스 ‘누드’ 브랜치 아니 ‘누디’ 브랜치 이야기다.

탄생 비화가 범상치 않다. 이 제품의 개발자는 튜닝업계에서 유명한 성덕(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이다. 수냉기반 튜닝 PC 혹은 아트 PC 또는 딥러닝 시스템이라는 분야에서 나름 탄탄한 입지를 다진 영재 컴퓨터 지영훈 대표 되겠다. 오직 PC라는 한 분야가 좋아서 선보인 PC는 내놓는 족족 작품이라는 평가받으며 해외 전시회에서도 눈길 끄는 데 성공했다. 한두 번이냐고? 그 정도라면 말을 하지 않는다. 지극히 다분한 전적은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 나올 정도다.


매년 중순에 열리는 대만 컴퓨텍스에서 선보이고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PC 제작에 정력을 아낌없이 쏟아온 지 대표. 하고 많은 PC 중에서도 제일 작은 PC의 매력에 빠져 덕질을 시작했고, 세상에 공존하는 제품은 모두 섭력할 기세로 직구까지 했건만 결정적인 한 가지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젠장, 이따위로 밖에 못 만들어? 이럴 거면 내가 만들어 쓴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라는 말씀이다. 이름조차도 범상치 않은 케이스 누디 브랜치는 그렇게 등장한다.

한 분야만 광적으로 몰두해 전문가 뺨치는 안목을 지니고 관련 업계에 나름 한 입담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우리는 덕후라 칭송한다. 입덕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성덕으로 성지의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다. 반드시 따져야 할 자질은 덕력이 최소한 만랩을 찍고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으니~ 내 갈 길은 내가 만들어 가겠노라~’는 옹고집 내세워 고된 길을 마다하지 않는 지극히 ‘덕’력 깃든 추진력이다.

자면서도 PC 생각을 한다는 지 대표가 완성한 누디 브랜치는 엄연히 케이스로 분류하지만 없는 것이 많다. 일단 뼈대만 있고 껍데기가 없다. 그래서 장착하는 모든 것이 훤히 보인다. 요즘 나오는 케이스라면 워낙 길어진 VGA 길이 탓에 장착 가능한 규격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누디브랜치는 그조차도 불필요하다 여겼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야 이 제품에 사용 가능한 제품을 따지고 말고 할 가치가 있는데, 그조차도 사치라 여긴 듯싶다. 그냥 부품 고르고 바로 장착하면 끝!


그렇다고 태평양 같은 넓은 아량으로 모든 것을 다 수용했다 여기면 곤란하다. 단 한 가지 제약 조건을 내걸었다. 메인보드는 ITX 규격만 사용하시라! 성덕만이 내세울 수 있는 분명한 옹고집이라면 이런 것일까! 널리디 널린 것이 ATX인 세상. 혹은 만만한 M-ATX도 아닌 손바닥만 한 크기 내세운 ITX만 고집하는 이유라면 그가 ITX의 매력에 꽂혔기에 그렇다. 제약도 심하고 가격도 비싸지만 그러한 이유로 다양한 여지를 품은 ITX는 분명 독특한 매력을 지닌 폼팩터다.

본디 ITX는 파워조차도 특별한 형태(가령 길거나 작거나, 혹은 모듈이거나)의 제품을 사용함이 일반적인 상식이나 지 대표는 이 부분도 그만의 철학으로 출구전략을 찾아냈다. 튜닝하면 고출력이기에 선택지가 비좁은 가짓수 내에서 고민하느라 허덕이느니 애초에 그것이 아님에서 합리적인 절충점을 가려낸 것이라는 거창한 설명조차도 사치다.

왜냐고? 그냥 ATX 규격 전원공급장치를 바로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다가 뼈대밖에 없는 케이스라는 점에서 전원공급장치 설치 구조를 살짝 크게 설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심지어 제대로 덕력증진의 일환으로 캐드까지 배웠다고 하니 남에게 맡길 필요도 없이 직접 설계까지 해낸다. 성덕이 만든 지극히 ‘덕’스러운 케이스란 바로 누디브랜치를 보면 어떤 것일지 알 수 있다.


VGA는 메인보드 슬롯이 제공하는 순방향을 그대로 따른다. 라이져카드를 사용해 세우거나 좀 더 개성 넘치는 형태로 배치하는 것을 지 대표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게 아님은 굳이 수직 형태로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현존하는 모든 VGA 장착이 어렵지 않음이 번거로움을 마다한 이유 되겠다. CPU 쿨러도 마찬가지며, 필요하다면 수랭쿨링에 필요한 라디에이터도 얼마든지 배치할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어디에 달아야 하나요? 푸념하기 딱 좋다. 그 점에서 설명을 이어가자면 힌트는 전원공급장치 장착부에 무수히 세로 형태로 자리한 홈에서 찾으시라. 이곳에서 2가지 역할을 한다. 누구나 한눈에 떠올릴 만한 통풍을 위한 역할과 그 누구도 설명하기 전까지는 ‘설마’ 라로 의구심 드러낼 유니버설 조인트 역할을 겸하는 볼트 홈이다. 밖에서 안으로 장착하는 것이 아닌 안에서 밖으로 장착하는 형태다. 그렇기에 조립을 한다면 먼저 형태를 잡는 것이 요령이다. 모든 부품 다 배치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누디 브랜치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오묘한 매력이 다분히 혼재 한 제품인 덕에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 제품은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유일한 튜닝 케이스다. 세상에 없던 케이스라는 이유로 태어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수없이 만들고 또 수정하고를 반복하며 간신히 완성한 최종 버전은 튜닝 PC를 위한 사용자의 니즈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 한 형태가 기본 골자다. 사방에 뚫린 형태라 먼지나 이물질로부터 부품을 보호할 수도 없다. 반대로 이러한 형태는 열이 머물지 않고 발산하기에 통풍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뼈대에 불과하기에 뭘 모르는 ‘PC 무뇌아’ 정도의 수준이 본다면 필시 만들다 만 제품이라는 지적받기도 딱 좋다. 하지만 이의 가치를 아는 사용자라면 누디브랜치가 풍기는 편의는 현존하는 유일 제품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함과 기발함 그리고 혁신에 가깝다. 과거의 PC가 숨기는 데 급급한 형태였다면 지금의 PC는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형태다.


튜닝이라는 것이 나의 만족이지만 그 만족을 높이는 것은 주변의 인정과 부러움일 터. 누디브랜치는 주목받지 않던 ITX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성덕의 뚝심으로 완성해 튜닝사용자의 창조적 발상을 자극한다. 초보자에게는 본인 만족에 불과한 특별한 형태에 머물겠지만, 그만의 발상으로 가치를 높인다면 모두에게 ‘우아’ 감탄사 자아낼 케이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역시 성덕이 만드니 케이스도 성스럽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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