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9] 게임쇼에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지스타 2019] 게임쇼에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발 이슈에 휘청, 한국 게임업계 체질 약골
  • 김신강
  • 승인 2019.11.20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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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제 여파 휘청, 온라인 게임강국은 옛말

대형 게임쇼 개최국가에 걸맞는 문화와 정책 준비 필요해




[2019년 11월 20일] -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게임행사 2019 지스타(G-STAR, Game Show & Trade, All-Round)가 지난 14~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수치적 기록은 여전히 좋다. 36개국 691사의 참여, 3,071개 부스, 관람객 24만 여명으로 모두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부산시의 재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의 수치적 기록과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예년과는 달리 사뭇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매년 지스타의 얼굴 역할을 하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동시에 불참했다. 넷마블이 신작 4개를 공개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중국 텐센트 계열사들의 물량 공세에 밀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외 게임사는 사실상 지난해의 메인이었던 에픽게임즈가 규모를 축소하면서 서양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됐다.

올해의 분위기를 국내 게임시장의 위축으로 폄하하기에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작년부터 강화된 중국 내 게임 규제는 전세계 게임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첨예한 이슈가 됐다. 지스타 개막 불과 1주일 전 중국 정부는 만 18세 이하 중국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발표했다. 지스타 행사는 매년 수학능력시험일에 개막식을 한다. 큰 시험을 치르고 다음날 해방감을 갖고 벡스코를 방문해 즐기라는 의도인데, 게임 시장이 접근하는 메인 타깃이 어떤 연령층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중국의 게임 규제는 그야말로 핵심 지지층을 건드리는 큰 사건이다. 더군다나 모바일 게임이 기형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지스타처럼 매출보다 노출과 이슈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행사에 많은 비용을 들이기 부담스러운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중국발 이슈가 글로벌 시장을 뒤덮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 어쩌면 2019 지스타일지 모른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해외의 경우 콘솔과 PC 게임 시장이 어느 정도 균형있는 분할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E3나 TGS와 같은 일본 대형 게임쇼는 중국과 관계없이 늘 일정 수준 이상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물론 올해 소니의 E3 불참은 지스타의 넥슨 불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충격이 있었다고는 하나, E3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이번 지스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쇼에서 게임이 가장 보이지 않는 해가 되었다는 점이다. 인벤, LG유플러스처럼 게임사라기보다는 게임협력사라고 볼 수 있는 기업들이 행사장 내 제법 큰 규모의 부스를 차렸고, 청소년들의 ‘새로운 연예인’이 된 크리에이터들이 전면에 나서 게임 자체보다는 중계나 감상,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게임보다는 게임과 ‘상관있는’ 얘기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스타의 잘못이라기보다 국내 게임시장이 초대형 행사를 벌이기에 점점 ‘덜 매력적인’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로 봐야할 것이다. 지스타의 최고 승자가 구글이라는 이야기는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콘솔 게임 부문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규모는 전체의 4%가 채 되지 않는다. 신작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콘솔 게임 마니아들이 타이틀 한글화 여부를 놓고 늘 ‘초조해하는’ 이유가 바로 작은 시장 규모에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 매출 규모도 작은 한 나라를 위해 별도의 번역 작업을 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히 불필요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솔의 성장률이 포화된 모바일 시장을 대체할 작은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게임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6.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콘솔의 성장률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콘솔 시장을 쳐다보지도 않던 국내 게임회사들도 그들의 성공작을 잇달아 콘솔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아직 콘솔 전용 타이틀을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단계일 터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실외의 구석진 자리였지만 닌텐도의 지스타 참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닌텐도 스위치의 신작인 포켓몬의 홍보에 치중한 모습이었지만, 체험하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제법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일본과의 갈등만 아니었다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고 있는 PS4와 달리 스위치의 성공을 등에 업고 닌텐도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픽게임즈도 손절 움직임을 보인 대한민국 지스타에, 그것도 이 시국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올해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활력있는 2020 지스타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지스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플랫폼의 균형있는 발전, 대형 신작의 등장, 게임 정책과 문화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지스타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한민국이 지스타 정도 규모의 행사를 여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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