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고성능 메모리를 대하는 법
인텔이 고성능 메모리를 대하는 법
‘i3-9100F는 고성능 메모리를 저성능 메모리로 바뀐다? 참 or 거짓’
  • 김현동
  • 승인 2019.09.15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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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i3-9100F vs AMD 라이젠(레이븐)

지금에 집착하는 인텔 vs 미래를 내다보는 AMD




[2019년 09월 15일] - ‘i3-9100F는 고성능 메모리를 저성능 메모리로 바뀐다? 참 or 거짓’ 이러한 궁금증에서 본 글은 시작했다. 보급기의 선두에 서야 할 모델에 알파벳 F가 붙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하다못해 메모리까지 가린다고 하니 이것이 말이야? 막걸리야? 라는 심정이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쿼드코어가 왜 이렇게 싸? 라는 기대심리로 주문 버튼에 손에 올라가는 사용자를 위해 작정하고 본 글을 쓴다. “사지 마시라! 만들다 만 CPU다.”

CPU 하나 있다고 해서 PC가 ‘뚝딱’ 완성되는 건 아니다. 뼈대 역할을 하는 메인보드에 처리 효율을 높이는 메모리,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여기에 동작할 수 있게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공급장치 까지 그 외 다양한 부품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이 정도가 핵심이다. 성능과 밀접한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CPU, 메모리, 메인보드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보급형'을 쉽게 풀이하자면 가격이 '싼' 제품이다. 흔히 '다이소' 제품을 설명할 때 자주 차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싼 물건이랍시고 가치가 낮은 제품이라 여기는 건 아니다. 가격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제품이자 일상적으로 쓰기에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기대감도 살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항목의 조화가 언밸런스하지 않음이 전제조건이다.


아무리 ‘보급형’ 일지라도 족히 기십만 원은 투자하는 장비를 일회용 수준으로 여기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CPU 제조사 인텔과 AMD 브랜드를 통해 바라보는 한 ‘보급형’의 품격은 천지 차이다. 같은 부품의 남다른 인식 차이는 곧 ‘개별 부품을 얼마나 제대로 인정하는가’와 연관 깊다. 인식을 못 하는데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건 사실상 어불성설인 상황. 그 점에서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비록 보급형의 탈을 쓴 시스템 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고급형의 성능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지사. AMD는 고성능 메모리를 상당 부분 인식했고 XMP 또한 여지를 남겼다. 반면 인텔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반 토막 냈다. 빠른 메모리조차 클럭을 반 토막 내 동작시키는데, 내가 이렇게 사용하려고 고성능 메모리 구매했나 싶은 마음에 자괴감 들고 괴로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심히 불만스럽다.”

고성능 메모리 인식 不 인텔
반면 AMD는 전혀 문제없어
구형 메모리 사용하라고요?
업그레이드 배려한 전략인가!

인텔이 보는 '싼' 제품의 품격은 가격만큼의 값어치 혹은 가치가 하락하는 흠이 조금 있더라도 사용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거라 맹신하는 형국이다. 문제라면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치명적인 흠이라는 것인데, 자동차와 비교한다면 최고 속도 제한을 걸어둔 것이라 보면 흡사하다. 이러한 구도는 지난 수년간 인텔이 간과하다가 결국 허를 찔러 지지율 하락을 야기한 큰 사건과 다르지 않다.

미국 대형 커뮤니티 레딕(reddit)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커널 버그 이슈는 아직 그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 정확한 대수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역대급 이슈다. 하드웨어 설계 버그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즉 일단 생산 라인을 벗어나 세상에 공급된 이후에는 손쓸 방도가 없다. 인텔이 죄다 수거해 교체하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죄다 수거할 이유도 못 느끼는 것 같고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인다.

쉽게 말해서 그간 등장한 인텔 CPU가 모두 영구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쩌다 보니 9세대로 접어들며 그 중 보급형의 대명사로 지목하는 i3-9100F을 내놨는데. 하필이면 이 제품이 메모리를 가려도 심각하게 가리는 소심한 성격 제대로 뽐낸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를 저성능 메모리로 탈바꿈하는 능력은 가히 최고다. 당장 성능 하락은 뒤로하고 장착한 메모리 성능조차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린다. 좋게 말해서 너무나 정직하게 ‘기준에 부합하는 메모리만 수용하도록 설계’한 까닭이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과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사용자 몇이나 될까?


증세는 다음과 같다. 벤치를 돌려 수치를 낼 보는 것 자체가 사치라 여겨질 정도다. 메모리가 지원하는 속도를 제대로 구현하는지와 XMP로 속도가 빨라지는지의 두 가지면 충분하나 결과는 참담했다. 고성능 메모리를 여지없이 DDR4-2400 미만으로 낮춰 강제 다운그레이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성능을 높이려고 안달을 해도 부족한 데 오히려 성능을 낮추려고 심혈을 기울였구나’ 하는 꼼꼼함이 엿보였다.

그간 인텔이 발휘한 ‘행동거지’를 떠올리면 이러한 모습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지극히 인텔스러운 행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플랫폼 장난질이라는 문구는 실제 사용자가 인텔 신제품을 상대로 자주 거론하는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인텔은 라인업 변경을 곧 플랫폼 변경이라는 공식과 맞바꿨다. 단 예외라면 8세대와 9세대가 대상이다.

세대수를 기리는 숫자는 달라졌지만, 엄연히 같은 제품의 공정 갈이 모델에 불과한 데가 몇 가지 이슈의 중심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려 했든지 급조한 용병이다. 특히 모델명 뒤에 붙은 알파벳 F 모델은 내부 GPU 코어를 비활성 한 모델로 이 또한 인텔이 처한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나온 변칙적인 제품에 가깝다.

공정 전환 실패와 연이은 버그 논란에서 점유율 하락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신제품 출시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매년 반복하던 ‘신제품’으로 물타기를 해야 할 시점임에도 그렇지 못했기에, 대안을 모색했는데 F 모델은 인텔이 시피유 제품을 생산할 때 으레 거치는 전체 공정에서 약 2개 과정이 줄어들기에 생산 속도를 올리는데 주요했고 동시에 불량률 또한 낮추는 효과를 충족한 결과물이다.

어떻게 보면 과도기적인 제품이자, 전혀 인텔답지 않은 행보로 등장한 제품이 향후에도 지속해서 공급될 거라 판단하면 무리다. 어쩌면 인텔의 수난을 틈타 파생된 잠깐 세상에 등장해 인텔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는 과업을 달성해야 할 ‘용병’ 이기에 생산한 물량이 소진됨과 동시에 신규 라인업 가동으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보급형 제품군에 사용할 결정적인 제품의 GPU 코어를 생략하면, 그게 보급형 PC인가? i3-9100F 모델은 사무용 혹은 관공서와 같은 로우엔드 시장을 방어해야 할 제품군인데 그래픽코어가 생략되어 별도 VGA를 추가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엔비디아 1660 기준으로만 볼 때 족히 15만 원 이상 가격 상승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래픽카드 없이 동작하는 PC는 없으니까!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자명함에도 자행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인텔의 상황 탓이다.

그 점에서 보급형 PC를 꾸리는 데 F 라인업을 선택하는 건 ‘헤리티지 모델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사용자’에게는 기회이자 혹여나 관상용으로 들일 취미를 충족할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구매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예외는 있다. 한 100년 뒤에 열릴 진품명품에서 세상에 몇 안 되는 CPU 라인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웃돈 들여 경쟁하려거든 9세대에 F 달린 모델은 가장 유망주다.

인텔! AMD 보면 느끼는 건 없나?
‘똑같은 메모리, 다른 인식’
지금에 안주할 건가? 미래를 준비할 건가?
그래도 인텔 좋다면, 인텔! 쓰시라.

그러면 AMD는 어떻게 다른가? 비슷한 가격대 라인업으로는 라이젠5-2400G 레이븐 릿지가 있다. 쿼드코어에 8쓰레드는 인텔 9100F가 쿼드코어에 4쓰레드인 것에 비하면 성능 수치상 두 배 우위를 점했다. 이를 기점으로 테스트할 경우에도 과연 인텔스러운 인식률을 동일하게 연출할까? 마찬가지로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문제없음은 기본. 오히려 고성능 메모리가 제시하는 XMP 오버클럭 여유까지 충족하며 그 이상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즉 사용자가 희망한다면 고성능 메모리를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물론 고성능 메모리가 내세우는 성능을 100% 발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인텔이 자사 제품을 통해 드러낸 작태를 고려하면 이보다는 여유롭게 동작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이는 메인보드 I/O 입출력 대역폭에 기인한다. 인텔은 최대가 4GB/s 에 불과하기에 사실상 고성능 메모리의 지원 여지가 한계점이다. 반면 AMD는 21GB/s를 가볍게 넘긴다.


인텔과 AMD의 각기 다른 시각차는 애초에 미래 지향적인 설계 지향 유/무와 연관 깊다. 지금의 인텔 코어 아키텍처는 사실상 사골이라 봐야 할 형태다. 만년 2위라 불리던 AMD의 반격이 라이젠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본격화되는 기점부터 인텔과 AMD의 생사기로가 엇갈렸다. 시장 선두 브랜드의 고전은 지금 코어 아키텍처를 고수하는 한 탈출구는 요원하다.

i3-9100F만 해도 애초에 답은 없다. 전형적인 보급기 쿼드코어에 GPU가 생략된 기형적인 제품. 더구나 이들 제품이 나라장터를 포함 기업, 학원 등지에 주로 쓰이는 제품임을 고려해도 이 시점에 이러한 변종 제품을 선보일 이유가 하등 없다. 그만큼 절실한 인텔의 현시점이 야기한 실책인데 더구나 메모리 지원까지 반쪽짜리에 불과하니 무리수에 ‘건승하길 빈다.’


참고로 영국 명품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도 2019년 4월을 기점으로 신제품을 내놨다. 해당 제품 가격은 영국 현지 가격으로 750파운드. 한화로 약 110만 원 상당인데 그간 선보인 기본 옵션 가격조차도 200만 원을 거뜬히 상회한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금액이다. 뒤늦게 이유가 밝혀졌는데 10년 전 설계를 그대로 차용한 사실상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도입한 신제품이라고. 최신 구조는 아니지만, 가격이 이러니 용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골 우려먹기에 정력을 쏟는 브롬톤의 색다른 전략이 인텔의 지금에 안주하는 모습과 매칭하는 건 왜일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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