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2 탑재한 새 맥북 에어, 프로 … 혁신 보단 상품성 우선
애플, M2 탑재한 새 맥북 에어, 프로 … 혁신 보단 상품성 우선
  • 김신강
  • 승인 2022.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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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WWDC를 개최했다. 올해는 3년만에 애플 본사로 개발자를 초청해 활기를 더했다. 발표는 대부분 녹화 중계로 이뤄졌다. 행사 후엔 팀쿡 애플 CEO가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개발자들의 축제’는 그야말로 성황리에 끝났다.

WWDC는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대중을 상대로 한 하반기 발표와 달리 ‘세계 개발자회의’라는 이름 그대로 개발자에 초점을 맞춘 기술 컨퍼런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개발자, 사용자 할 것 없이 WWDC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유는 이 날 공개되는 새 OS나 새 CPU가 그 해에 공개될 모든 신제품에 들어가는 신기능에 대한 소개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은 하반기에 알게 되겠지만 실제로 폰이나 패드, PC를 사용할 때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이 살아있다.


애플의 대표작인 아이폰, 아이패드에 탑재될 iOS 16의 가장 큰 변화는 ‘맞춤형 잠금화면’이다. 애플이 아이폰 13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곳이 바로 잠금화면이다. 배경화면 외에는 사실상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사실 사용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는 화면이 바로 배경화면이지만 깔끔한 UI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애플에게 ‘개인화’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애플은 이번 iOS 16을 통해 아이폰다운 미려함은 유지하면서도 시계 폰트 및 색상, 다양한 위젯의 선택, 다중 레이어 효과 등을 부여해 훨씬 많은 정보를 바탕화면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여러 버전의 바탕화면을 만들어두고 게임할 때, 운동할 때, 일할 때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쓸어넘길 수 있도록 했고, 특정 배경화면에만 외부로부터의 방해를 차단하는 집중 모드를 넣을 수 있는 등 안드로이드에 비해 훨씬 부족했던 개인화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톡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기능이지만 아이폰 사용자의 숙원 중 하나였던 메시지 전송 취소, 편집 기능이 들어갔고, 지난 버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라이브 텍스트(이미지 속 글자를 인식하는 기능)’는 동영상까지 확장 지원된다. 움직이는 화면 속 글자를 번역도 해준다.

iOS 16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 중 하나는 카플레이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내년 후반기부터 출시되는 차량에 탑재될 예정인 개선된 카플레이는 속도, 연료 잔량, 온도 등을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네비게이션, 음악 정도가 사실상 모든 기능이었던 기존 카플레이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포르쉐, 볼보 등 주력 브랜드와의 협업 중이다.


수많은 개발자가 기대했던 새 CPU, M2도 공개했다. M1, M1 프로, M1 맥스, M1 울트라에 이르기까지 ‘네이밍 장사’를 거듭하던 애플이 드디어 2세대 프로세서로 전환한다. 5nm 공정으로 제작되는 M2는 M1 대비 18% 향상된 속도의 CPU, 35% 강력해진 GPU를 내세운다. 또한 M1 대비 대역폭을 50% 확장시켰고, 최대 24GB의 메모리를 제공한다.

M1이 출시 당시 프로세서의 판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력 효율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해도 거의 발열이 일어나지 않는 M1 CPU의 등장은 맥을 쓰지 않던 사용자까지 불러 모을 정도로 시장을 움직였다.

이번 M2 역시 M1과 비슷한 수준의 전력량을 보여준다. 성능 향상이 대폭 이뤄졌지만 전력 효율은 그대로이니 사실상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애플은 인텔의 12코어 i7-1260P의 칩의 성능을 1/4 전력으로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인텔의 발열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애플의 발표 때마다 안줏거리가 되는 점은 인텔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연이어 M2가 적용된 신제품, 새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를 발표했다. 새 맥북 에어는 두께 1.13cm, 무게 1.24kg로 전작 대비 더 얇아지고 가벼워져 좀 더 에어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작년부터 보여줬던 플랫한 디자인으로 변했고, 컬러는 기존 실버와 스페이스 그레이에 더해 미드나이트, 스타라이트를 추가해 4가지로 나온다. 맥세이프 충전 방식도 다시 복귀해 편의성을 더한다. 맥북 에어 최초로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맥북 프로 역시 M2를 수용한다. 프로답게 최대 11개의 4K ProRes 동영상 스트림, 최대 2개의 8K ProRes 동영상 스트림을 재생할 수 있다. 영상 편집 작업이 많은 사용자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M1 맥스나 울트라가 탑재된 맥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단 13인치로 한정했다. 14, 16인치는 하반기로 추정할 뿐이다.

신기능이랄 것이 오래 전에 실종된 모바일 OS 시장에서 애플은 계속해서 눈에 띄는 개선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왔다. 잡스 생전에 세상을 놀라게 했던 ‘와우 포인트’는 없지만 충분히 매혹적이고 써보고 싶은 UI, UX를 구현한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든 업무를 하든 매년 개선되는 점이 느껴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팀쿡 체제답게 지나칠 정도로 안정적이고 예상되는 변화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시장에 안정감을 주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재미는 없다. 폴더블 폰에서 지배자 자리를 타사에 내준 애플은 적어도 올해는 그 주도권을 되찾아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언젠가부터 애플은 애플이 좋아서 오는 것보다 안드로이드 제품의 매력이 없어서 오는 곳이 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 시절이 아니라 팀쿡의 은퇴 이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By 김현동·김신강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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