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줌(Zoom)은 왜 Five9을 인수하려고 할까요?
[이슈+] 줌(Zoom)은 왜 Five9을 인수하려고 할까요?
  • 김영로
  • 승인 2021.07.20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7월 20일] - 코로나 이후 엄청난 성장을 기록한 기업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 Zoom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이전에는 줌보다는 주로 Skype for Biz.를 썼었고, 다음에는 Teams를 썼었는데 어느덧 화상회의 = 줌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잘 알려진 것처럼 줌은 중국계 창업자 에릭 위안이 만든 기업입니다. 보통 이런 회사들을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에릭 위안은 MS 빌 게이츠의 연설을 들으며 미국 행을 꿈꿨다고 전해집니다. 1997년, 당시 27살에 몇 번의 비자 거절 끝에 미국에 도착했는데 영어는 거의 못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공대를 나왔고 코딩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당시 직원 12명에 불과한 작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웹엑스에 입사합니다. 이 웹엑스는 꾸준히 커서 나중에 시스코에 인수됩니다. 요즈음은 TV 광고도 할 정도죠. 열심히 노력해서 시스코에서도 엔지니어링 부사장까지 승진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드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화상회의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2011년에 시스코를 그만두고 창업합니다. 말이 쉽지 시스코 같은 대기업을 그만둔다는 것에는 적잖은 반대가 있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처음 선보인 제품이 지금의 줌(zoom)입니다.

줌은 무료 40분 서비스 시간 제공과 편한 사용법 등의 장점 등의 내세워 급성장합니다. 거의 입소문으로 회사를 키웠는데, 2015년까지는 사내에 마케팅부서도 없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위안은 개발은 물론 영업에도 직접 뛰어들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리고 개선하고요. 그러면서 구글, MS, 시스코 등 IT 거인과 상대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코로나는 하나의 계기였지 아무튼 성공할 기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즈음은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줌으로 수업하는 것이 너무도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창립자의 성향 때문에 친 중국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보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약점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승승장구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줌이 이번에 인수합병을 발표했습니다. 상대는 Five9이라는 회사입니다. 아마 거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회사일 겁니다.


보통 B2C가 아닌 B2B, 백그라운드에서 일하는 회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법이죠. 이 회사는 클라우드 기반 콘택트 분야에서 일하는 회사라고 구분됩니다. 더 어렵죠. 2010년에 창립된 회사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John Sung Kim 이라는 한국교포가 창업한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벤처 기업입니다.

하는 일을 설명하려면 콜센터가 필수입니다. 보통 CC라고 합니다. 골프장 아니고요. 모두가 쓰고 있는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든다면,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콜센터 역시 늘어납니다. 모든 분이 주문을 App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배달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클레임은 상담원 연결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콜센서트는 Zoom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같은 이른바 언택트 시대에 주목받는 사업 분야이기도 합니다. 계속하여 커지는 사업이죠.

그런데 문제는 사업이 잘되는 것은 좋은데, 고객 대응 업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상담원을 뽑아야 하고, 전화, 헤드셋, 모니터, 컴퓨터, 각종 통신 시설과 이를 집어넣는 콜센터를 지어야 합니다. 보통 콜센터 한 자리를 만드는데 4-50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상까지 지원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겠죠.

Five9은 이런 콜센터 솔루션을 클라우드화한 기업입니다. 이를 통해 전화는 물론 문자, 이메일을 모두 지원하고, AI를 도입하여 학습합니다. 이를 통해 상담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업으로서는 핵심이라 할 수 없는 콜센터 비용을 줄이면서 질은 높이는 효과가 있는 거죠. 참고로 창업자 첫 직장이 콜센터였다고 하니까 경험한 것을 해결하고자 직접 창업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요즈음은 Avaya 같은 회사들도 이런 AI 콜센터 솔루션을 내놓고 있지만 당시로써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콜센터는 전형적인 인력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입니다. 코로나 초기에 콜센터 집단 감염이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 직장에서 콜센터에 몇 번 제품을 납품하고 설치한 경험이 있는데, 환기도 잘되지 않고 독서실처럼 빽빽한 공간에 사람이 엄청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에 저임금으로 대부분의 콜센터 직원은 여성들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인건비 따먹는 비즈니스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고용효과가 비교적 크다 보니 부산 같은 지자체에서는 콜센터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콜센터를 외주로 돌리는 기업도 많고요.

아무튼 그렇다면 왜 Zoom은 Five9을 인수하려고 할까요? 무려 149억 달러 약 16조라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말이죠. 이미 두 회사의 이사회에서는 이를 승인했다고 하니까 큰 무리 없이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줌은 SW, 플랫폼 기업입니다. 즉 사용료를 받는 구독형 모델이 주된 수입원입니다. 이 회사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코로나가 계속되어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계속 이어졌으면 할지도 모릅니다. 비록 최근에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언택트로 경제가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즉, 코로나가 끝나면 재택근무나 온라인수업은 아무래도 줄어들 겁니다. 이미 줌 성장세는 슬슬 둔화하는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보통 SW나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는 그다음에는 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HW를 내놓거나, 기존 솔루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해서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는 Zoom은 이 인수합병이 끝이 아니고 HW를 만드는 회사를 노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노릴만한 회사들은 스피커폰, 웹캠, 콜센터용 헤드셋을 만드는 회사들이죠. 덴마크 Jabra, 스위스 Logitech, 그리고 기존 Plantronics와 Polycom이 합병한 Poly라는 회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업들입니다. 다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짜인 회사들이죠. 물론 Jabra는 모기업이 보청기 회사라서 상황이 좀 다르고요. Logitech은 이제는 마우스나 키보드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웹캠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회사라고 봐야죠.

앞으로 Zoom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By 김영로 테크니컬라이터 bear0601@naver.com
보도자료 및 취재문의  PRESS@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