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플러스, 장기적 재택근무 선언 … 회사에 사무실이 사라진다
라인플러스, 장기적 재택근무 선언 … 회사에 사무실이 사라진다
  • 김신강
  • 승인 2021.06.2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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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4일] -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1천8백만 명을 넘었다. 정상화된 삶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해외여행, 레저, 스포츠 등 각종 제약을 받고 있던 야외활동도 조금씩 재개할 수 있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150일간 백신 3억 개의 접종 기록을 세웠다고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일 확진자 수가 400~500명을 웃돌고 있고, 감염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3차 백신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는 등 마음을 놓을 때는 아니지만 예전의 삶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근무형태다. 과거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개인 사이트 개발자 등 특정 직군에 국한되던 재택근무가 전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자리잡힌 것.

주요 IT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된 재택근무는 일반 직종에서도 로테이션 식으로 이뤄졌고, 학생들 역시 ‘ZOOM’을 필두로 한 온라인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 아마존코리아, 쿠팡 등의 온라인 리딩 기업 상당 수가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1~2주에 한 번 출근한 지 오래됐다. 배달, 물류창고 등 오히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근무의 수요가 폭증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집에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모습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모든 회사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회사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그중 네이버의 관계사인 라인플러스가 코로나가 끝나도 전 직원 재택근무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장기적인 재택근무를 선언한 상징적인 사례다.

외국은 세일즈포스를 필두로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등이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이어가겠다고 연이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는 우리 현실과는 다른 멋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이 분위기에서 라인플러스가 직원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전일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원하는 날을 골라 출근할 수도 있게 한 시도를 했다.

회사 측은 국내 계열사에 한해 재택 형태의 근무방식을 적용 후, 필요하다면 보완을 거쳐 일본, 태국 등 글로벌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총 1년의 시험 운영 기간을 예고했는데, 이렇게 되면 거의 9,000명에 달하는 라인 직원이 더 이상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는 전통적인 ‘사무실’의 개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회사 측은 기존 오피스는 그대로 유지는 하되, 휴게 공간과 회의실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재택이지만 다시금 복귀할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나름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먼저 재택을 도입한 기업은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기존 업장을 그대로 둔 것과 달리 상당 수가 재택근무 전환을 기점으로 부동산 비중 축소를 논의 중이다. 먼저 재택근무를 선언한 스타트업 서비스 직방은 경우, 6월에 임대 계약이 끝나도 더는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렸다. 직방은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를 자체 개발해 가상공간을 사무실로 대체할 전략을 꾀한다.

사실상 기업이 재택근무의 ‘뜻밖의’ 장점을 발견한 것. 물론 재택근무로 인해 직원 간 팀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등 업무 효율성 일부 저해는 걸림돌이지만, 임대료라고 하는 엄청난 고정비 절감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수혜로 분석될 만하다. 그동안 아파트 폭등에 가려졌지만 사무실 임대비용은 무시 못할 큰 부담이 됐다.

서울 강남 지역 상가 공실률은 작년 3분기 사상 최초로 10%를 넘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4%에 달한다. 10곳 중 1곳 이상의 사무실이 빈 채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특히 명동, 이태원 등 외국인의 발길이 잦은 지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주요 요지는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없이 임대료가 요지부동이다.

건물주 역시 막대한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변화가 더디다. 이에 더해 주차비, 전기세, 수도세 등의 부가비용을 감안하면 세입자의 임대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런 이유로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쉐어오피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공간의 제약이나 주차 시설의 한계 등은 분명히 존재하는 장벽이다.

직원을 회사에 모으고 나면 식대, 교통비 등 부가적인 혜택을 직원에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비용도 일거에 사라진다. 소위 기업이 감당해야 할 ‘복지’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오프라인 복지 비용을 줄이고 경조사비를 비롯한 실물 혜택으로 전환할 수 도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 휴가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덜어지는 효과도 수반한다.


라인의 전략은 재택근무의 호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계산과 맞물리면서 가능해진 움직임이다. 재택근무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이 커진다는 판단이 들면 회사는 이를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다수 직장인도 반기는 분위기다. 사무실 임대사업자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 대기업 재택근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라인플러스의 움직임이 전체적인 한국 근로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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