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김치코인 무더기 유의 종목 지정 … 거래소 특금법 대비 비상
[이슈+] 김치코인 무더기 유의 종목 지정 … 거래소 특금법 대비 비상
  • 김현동
  • 승인 2021.06.12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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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2일] - "ㅇㅇ 코인 들어보셨어요. 발행량이 ..."

11일 낮. 강남역 부근 카페에서 나이 지긋한 여사님을 상대로 젊은 남자가 코인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들리는 내용인즉슨 가상화폐에 관한 설명이었는데, 수익률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종용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이곳에서 비슷한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에도 코인에 관한 내용이 오갔다.

우리는 눈만 뜨면 새로운 코인이 난립하는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듣도 못한 생소한 이름을 단 코인에 투자라는 명목으로 눈먼 돈이 유입되고 있다. 피해자가 속출해도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것이 실상이다. 출발점이 투자였기에, 코인의 존립 여부는 따지지 않는 법의 허점을 사기꾼은 교묘하게 악용하는 상황.

대중이 묻지 마 코인에 눈을 뜬 시발점 또한 본의 아니게 사기 사건이다. 신일 돈스코이호 인양 사기 사건 직후 등장한 신일 골드코인(GSC)은 가상 화폐랍시고 발행하며 투자금을 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기에 이 정도 피해로 그친 상황.


빗썸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가상 화폐 종류만 177개, 업비트는 이보다 1개 더 많은 178개 화폐를 취급할 수 있다. 그나마 이들 거래소를 통해 오가는 코인은 그나마 강남역 카페에서 묻지마로 거래하는 코인 대비 현금화에 유연하다는 이점을 누렸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거래액 기준 1위 업비트가 선 긋기에 돌입한 것. 시작은 25개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 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코인 발행사를 대상으로 가치에 관한 소명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 접수된 백서가 적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상장 폐지하겠다는 사실상 최후 통첩장이다.

거래소가 밝힌 유의 종목 지정 이유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 에서도 현행 백서 기술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렇게 지정된 총 25개 코인은 △코모도 △애드엑스 △엘비알와이크레딧 △이그니스 △디마켓 △아인스타이늄 △트웰브쉽스 △람다 △엔도르 △픽셀 △피카 △레드코인 △링엑스 △바이트토큰 △아이텀 △시스코인 △베이직 △엔엑스티 △비에프토큰 △뉴클리어비전 △퓨전 △플리안 △리피오크레딧네트워크 △프로피 △아라곤 이다.

하지만 유의 종목이 추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미 중소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상당수 암호화폐 상장폐지가 예고된 상황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코인 피해가 증가하는 것을 막고자 숨은 벌집계좌(집금계좌) 찾기에 혈안이 된 상황. 예치금 횡령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현재 실명계좌를 통해 거래 대금을 결제하는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까지 4곳 거래소가 전부다.


그 외 중소 거래소는 사실상 법망을 피해 편법으로 자금을 융통해왔다. 대표자나 임원 등의 명의로 계좌를 발급해 편법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고객 예치금을 계좌의 실소유주가 가로채도 알 수가 없기에 문제가 생겨도 투자라는 명목으로 보상받을 길이 그동안은 없었다. 특금법은 이러한 허점을 애초에 봉쇄하기에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하면 거래를 할 수 없다.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특금법 시행 관련 금융당국 실사를 앞두고 조건 충족에 사활이 걸렸다. 특히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은 총 19곳이 충족했으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단계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까지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거래소도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실정이라 안심할 수 없다. 나머지 거래소는 사실상 벌집계좌로 투자금을 받아 유용하고 있다고 봐도 될 상황이다. 업계 1위 거래소가 칼을 꺼내든 것은 하수상한 분위기에서 자칫 실명인증이라는 불똥이 튈 가능성을 애초에 봉쇄하겠다는 심산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오는 7월 말 농협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제휴가 끝난다.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계약 종료 시기도 비슷하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제휴 관계이며 일몰 시한은 6월 말이다. 특금법 조건은 충족했으나 계약 연장이라는 새로운 복명이 맞물리면서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몸 사릴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실명 계좌 연결의 결정권은 은행이 쥐고 있기에 위험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계약 연장에 이롭다.

은행 입장에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당장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요구 조건 충족이지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요구하는 트래블 룰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상자산 송금 시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규제로 외국환 거래 문제도 해당한다. 대형 거래소의 몸 사리기 행보는 사실상 중소거래소의 줄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금까지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구두로 코인 거래를 종용하고 벌집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피해가 속출해도 죄를 따지기가 쉽지 않았지만, 9월 25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투자를 방조한 거래는 원천적으로 막힌다. 나열한 25개 코인 외에도 다수 코인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 개설되어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기에 유의 종목 지정은 시작 단계라 보는 시선이 정확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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