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 예상된 여당 참패… 국민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원한다
재보궐선거, 예상된 여당 참패… 국민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원한다
  • 김신강
  • 승인 2021.04.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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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08일] - 2021년 재보궐선거는 예상대로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오세훈 57.5%,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39.18%, 부산시장은 국민의힘 박형준 62.67%,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34.42%로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났다.


마지막 여론조사까지도 두 당 후보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승패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지만, 양당 모두 이 정도의 차이가 날 줄은 예상을 못 한 듯하다. 개표 전 어느 당이든 자신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상을 하지만, 국민의힘 조차도 ‘넉넉한’ 10~15% 차이를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이번 선거 결과가 승패를 떠나 수치상으로 놀라운 것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21대 총선에서 똑같은 국민이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의 압도적인 승리를 몰아줬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 터다. 당시 미래통합당으로 선거를 치렀던 국민의힘은 103석으로 겨우 개헌 저지선을 지켜 잔뜩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현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2030의 표심이 완전히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60대 이상의 표심은 여전히 견고하게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기존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던 40대가 고립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서울, 부산 모두 40대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특히 서울 지역 20대 남성의 경우 무려 72.5%가 오세훈 후보를 찍었는데, 이는 60세 이상 남성보다도 높은 득표율이다. 작년 총선 당시 20대 남성은 더불어민주당에 47.7%, 미래통합당에 40.5%의 표를 나눠줬다. 물론 당시에도 다른 세대나 성별과 비교해 야당에 많은 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극적으로 뒤집힐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를 두고 20대의 ‘보수화’라 성급한 진단을 하는 자칭 전문가도 많지만 그렇게 보기는 무리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당시 이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목놓아 불렀다.

일베나 디씨 등 20대 남성이 주로 찾는 커뮤니티의 극우성이 이들을 ‘오염’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많이 있지만, 이는 사안을 너무 좁게 보는 시각일 수 있다. 정확히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박탈감’이 이번 선거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탄핵에 의한 정권의 몰락, 촛불로 상징되는 평화 시위로 기존의 기득권을 몰락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선 촛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잔뜩 고무된 정권 초기, 그리고 이어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까지 모두 전적인 지지를 보내며 세상이 바뀌길 기대한 것과 달리, 20대가 느끼는 세상이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자신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의 세상이 오히려 이전보다 퇴보하는 느낌이 준 좌절감이 큰 것이 이번 선거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이라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20대는 모두 힘들 텐데 왜 여성은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주고 유독 남성의 표가 국민의힘으로 몰렸을까. 누가 뭐래도 결과적으로 젠더 이슈가 20대 남성에게 누적된 박탈감을 폭발시켰다. 작년 선거에서도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가장 적은 표를 줬던 것은 일종의 신호였을지 모른다.

미투 운동과 함께 성 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아젠다로 떠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는 것으로 느꼈을 공산이 크다. 어른들은 남자가 유리한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해 놓고, 왜 인제 와서 우리에게 성평등이니 뭐니 하며 역차별을 하는가 하는 일종의 ‘억울함’이다.

누적된 차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여성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성별 간의 갈등도 극에 달했고, 같은 세대에서도 이런 대조적인 개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사실 있을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주요 이슈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지난 1년이다. 50대 이상의 어른들은 민주당이 자신의 ‘재산권’을 위협하는 정당으로 비쳤다. 2030 청년들은 민주당이 집값만 잔뜩 높여 희망을 앗아 버리고 기회조차 박탈하는 무능한 정당이라고 여긴다. 언론의 가혹하다시피 한 일방적인 공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넓게 보면 작은 원인에 불과하다.

과연 20대 남성이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문제를 가볍게 여겼을까. 혹은 박형준 후보가 엘시티에 사는 것과 관련된 의혹이 쏟아지는 데 그것을 가볍게 여겼을까. 공정을 부르짖는 20대 남성이 그런 이슈에 과연 둔감할까. 오세훈이나 박형준이 좋은 사람인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민주당이 너무 싫다는 ‘집단적 감정’의 표현이다.


그나마 40대는 가장 뜨거웠던 2030 시기를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 정당의 시련과 도약의 과정을 함께 지켜봐 왔기 때문에 민주당이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당장 국민의힘으로 갈아탈 수는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불만이 계속 쌓이면 다음 대선 때 40대가 민주당을 계속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20대 남성을 떠나 대부분의 세대, 대부분의 연령에서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준 것은 그들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가뜩이나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계속되는 과정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살기 어려운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일할 직장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기만 한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집값만 오른다. 자영업자는 직원을 눈물로 내보내도 다음 달 임대료도 내기가 힘들다.

당장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검찰개혁이고 남북 평화도 사실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LH주택공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나는 이렇게 힘든데 공무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큰돈을 벌고 죄책감도 없구나’ 하는 좌절감의 스위치를 켠 것일 뿐 선거 결과의 본질이 아니다.

이낙연 대표 휘하의 지난 1년 민주당은 180석을 가지고도 사실상 존재감이 아예 없었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도 조국, 추미애만 있었지 민주당은 없었다. 재난 지원금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건 정책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정부가 제안하면 마지못해 동의하는 모양새였다.

민주당의 지도부가 모두 사퇴했다.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지만, 민주당의 변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여전히 180석을 가지고 있고 주도권을 가지고 이 정국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도지사 두 사람이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미미하다. 이 강력한 국민적 메시지를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떻게 해석하고 나갈지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 시작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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