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콩의 향수! 레노버? 아니 레트로. TEX 전자 시노비 싱크패드 키보드
빨콩의 향수! 레노버? 아니 레트로. TEX 전자 시노비 싱크패드 키보드
  • 김현동
  • 승인 2020.11.1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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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울트라나브, 느낌은 체리 기계식

[써보니] TEX 전자 시노비(Shinobi) 싱크패드 레트로 키보드




[2020년 11월 12일] - IBM 싱크패드 노트북에 사용된 키보드는 중고시장에 비싸게 팔리는데. 사골 아니 버려야 할 상태의 제품(상태에 따라 나뉘지만)도 시장에서 덥석 물어간다. 그 시절을 회상하는 사용자의 공통된 주장인즉슨. "현존했던 노트북 키보드 중 가장 완벽한 키감, 디자인, 만족을 안긴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면 답이 없고, 지극히 감성에 치우친 평가다. 자고로 키보드만큼 성향에 예민한 제품도 없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데 그 점에서 싱크패드 빨콩 키보드만큼 시장에서 선호하던 제품도 없다는 게 그 바닥 섭리다.

소모품에 불과한 키보드를 가지고 후한 평가를 하며, 평생 소장코 싶은 키보드라 명명하는 건 써본 이만 아는 일명 쫀득한 키감에 관한 향수가 짙은 탓이다. 이베이, 중고나라 등 나오는 족족 적잖은 몸값 내세웠음에도 잠시 숨을 고를 여유도 주지 않고 팔려나가는 건 다시는 제품이 생산되지 않음에 중고 매몰 또한 바로 낚아채지 않으면 다시 마주할 수 없다는 노파심 탓이다.

'행여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저 매물이 언제 다시 나올지 몰라!' 이런 심리다.

지극히 이성적이지 않은 소비 시장이 견고하니 이를 노리고 여러 회사에서 싱크패드에 들어간 빨콩 키보드를 따라 해 제품을 선보였으나 원조를 넘어서지 못하고 번번이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펜타그래프방식이라는 주축을 기반으로 IBM의 오랜 키보드 제조 메커니즘이 단절된 상황에서 그 시대를 회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게다. 과거 IBM과 공동개발에 참여한 LG조차도 뭔 뚝심인지, 등지고 독자 노선만을 고집하면서 당시의 노력 또한 부질없게 됐다. 세월이 흘렀으니 말인데 적잖은 사용자가 LG 노트북에 싱크패드의 키보드 향이 더해지기를 한동안 고대했다.


이 무렵 IBM이 시장의 수요를 감안하고 돈 냄새를 맡았던지 싱크패드 키보드를 울트라나브 라는 상호로 제품화를 꾀했으나 이 또한 IBM의 PC 사업부가 통으로 팔리면서 단종 위기를 자초한다. 중국향 가득한 레노버로 둔갑한 이후 노트북 사업부가 X1 시리즈만 일본 생산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을 뿐 나머지는 중국에서 생산에 돌입했으니 그조차도 상품성 개선이라는 빌미를 내세워 결국 단종시켰다.

지금도 울트라 나브라 불리는 등장하긴 하나 전혀 다르다. 사용자가 선호하던 형태를 버리고 초콜릿이라 불리는 아이솔레이션 형태를 답습한다. 이럴 거면 울트라 라브라고 불리면 안 됐다. 이조차도 울며 겨자 먹기로 좋다고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예민한 손가락은 '이게 아니잖아'만 외치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사용자는 싱크패드 키보드를 쓰고 싶어서 선택하는 그 심정을 몰라주고 중국 애들은 자기들 편의를 추구했다.

대만 텍스 전자. 감성 저격 싱크패드를 복원한다.

과거의 그것을 떠올리면 이 또한 충분치 않다. 디자인도 그렇고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도 주목한 것은 완성도(일줄 알았다. 뒤에 반전있음)다. 원조를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미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키캡과 전체적인 균형이 과거 IBM 키보드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다. 대만의 TEX 전자가 야심 차게 시장에 투입한 시노비 레트로 키보드가 싱크패드의 향수에 사무친 사용자 사이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명백하다.


디자인은 사골이지만 기능만은 청춘 부럽지 않다. 별도 애드온 킷으로 블루투스 기능까지 구현해냈다. USB 방식과 블루투스를 필요에 따라 구현할 수 있게 한 선택지는 싱크패드라는 키보드를 집 안과 집 밖에서 사용하고 싶은 욕구 충족의 절충점을 합리적으로 제시한 거라. 코로나19로 노트북 사용 빈도가 부쩍 증가한 요즘 블루투스는 편리함 측면에서는 결코 미워하기 힘든 문명의 이기다.


아무리 디자인은 재현한 들 키감을 재현하는 건 IBM 할애비 가 나타나 기술을 전수하지 않는 한 그 시대 그 느낌은 소생하기 어렵다. 작정하고 디자인을 따라 해버린 텍스 전자가 이 점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기계식을 답습한 터라 원론적으로 펜타그래프 고유의 쫀득거린다고 표현하는 키감을 구현해 내는 건 원론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첫 번째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바로 프리미엄 전략이다.

체리 특허 만료와 함께 시장에 나타나 기계식의 대중화를 이끌어버린 카일 스위치가 아닌 원조 키보드 맛집 '체리'를 소환한 것. 비싸기로는 둘째가라 서러워할 스위치는 청축, 갈축, 적축이 기본이지만 이 외에도 흑축, 백축 등 변태 축을 내세워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제시한 상태다. 모름지기 기계식 하면 청축을 연상하지만, 고속 타자가 잦은 사용자에게는 적축이, 범용으로 쓰기에 적당한 것은 갈축만한 것도 없다.


비싼 스위치를 도입한 기계식 키보드는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제아무리 카일이라고 한들 체리 스위치를 대적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연상케 했으니 가격 또한 몹시도 고약하다. 무려 26만 원을 넘기는 도도함은 해외 판매 최저 가격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긴다. 물류, 통관, 승인 등 단계별로 지불하는 비용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살짝 빈정상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뭐랄까? 수치로 환산하면 엔비디아 RTX3080은 원래 기준 대비 0.5배에 불과했다면 이 제품은 2.5 배에 근접하는 폭리다. 0.5배 가지고 바들바들 거리며 생떼 부렸던 우리의 위대하신 블랙컨슈머는 이 제품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할 수 있는지 내심 기대를 걸어본다. 하긴 앞뒤 꽉 막힌 피 끓는 애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알겠냐마는!

여하튼. 감성 충만. 선택한 제품은 갈축 스위치다.

결론부터 정립하자면 품질보다는 갬성을 노렸다. 애초에 완성도를 기대한다면 0점짜리 제품인 거라! 디자인만 보고 만족했으나 사용해보고 완성도는 추락했다. 흔히들 키덕이 자주 하는 윤활, 보강은 애초에 안중에도 고려하지 않았다. 즉 사용자가 구매 이후 추가 작업을 해야만 판매하는 수준에 합당한 완성도에 근접한다. 물론 애초에 디자인 하나만 보고 키보드를 구매할 사용자가 없을.. 아니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품질을 따지면 100% 실망한다.

먼저 키캡... ABS 소재를 사용한 것은 보급형 키보드에서 흔히 보이던 특징이다. 이중 사출 같은 건 애초에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 게다가 제품 레이아웃이 범용과는 다른 부분이 몇 곳 있다. 행여 표준 SA 키캡을 사용할 공산에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렸다면 괜한 짓이다. 일부 키는 활용할 수 없음도 계산해야만 덜 실망한다. 가령 ESC, ENTER, DEL 키가 일반적인 표준 106 사이즈와 다르다. 안될 것은 없지만 설치하면 오묘한 비주얼이 눈 앞에 펼쳐지니 제법 당황스럽다.

방수나 방진 같은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기계식 키보드가 내세우는 특장점이라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범주에 어느 한 가지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텅텅거리는 울림이 거슬린다. 각오하고 보강하지 않으면 가격 생각에 속이 쓰라릴 가능성이 뚜렷하다. 물론 이 제품은 갬성으로 접근해야 함에 약간의 단점 정도는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라고 너그러운 마인드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이롭다.

과거 IBM 혹은 싱크패드라는 제품이 내세웠던 향수를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제품이지만 딱 거기까지. 한계를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냈다. 키감부터가 확연히 다른 데다가 제품 완성도는 가격만큼의 값어치에 한참 뒤졌으니 과연 사용자가 진정 원하던 것이 눈에 보이는 비주얼에 그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키덕이라면 한 번쯤은 선망하던 제품의 아류작. TEX 전자의 야심한 시도가 소유욕 자극할 정도로 제품을 완성 지었지만 결과만 요약한다면 '진정 이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가치가 있나'라는 의구심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일부 사용자의 전유물이 되기를 노렸다면 충분히 가치를 입증했다고 평할 수 있겠지만 그와 달리 대중성까지 염두에 둔 제품이라면 헛된 포부라 평가한다. 가격부터 완성도까지 어느 한 가지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품의 등장은 만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의욕은 좋았지만, 기대에 너무 뒤진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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