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폐지한 쏘카, 알고 있었나요?
편도 폐지한 쏘카, 알고 있었나요?
  • 김신강
  • 승인 2020.10.0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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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써보니 … 공항에서 집으로 다시 공항으로

고객센터 무성의한 응대, 명확한 가이드 없는 일방적인 반납 강요




[2020년 10월 07일] -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전국 4,000개 쏘카존과 50여 종의 차량을 만나보세요.” 쏘카를 검색하면 나오는 슬로건이다. 차가 필요한 모든 순간에 사용하라는 친절한 안내문을 내걸었으니 누구라도 철썩 믿고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론만 먼저 안내하자면 편리한 사용과 쏘카는 거리가 멀었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편도는 폐지~” 라며 왕복 이용이 원칙임을 반복 안내했다. 즉, 필요한 만큼 이용이 더는 불가능한 서비스다.

추석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독특한 형태의 명절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추석 연휴가 잡히면서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주간은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가급적 명절 기간에 고향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 명절마다 무료로 운영됐던 고속도로 통행세를 징수했고, 철도승차권은 사전 예매 때 창가 측만 판매하도록 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고속도로와 시외버스 역시 창가 좌석 우선 예매가 기본 골자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는 앉아서 먹지 못하도록 하고 포장만 가능했다.

귀성이나 귀경을 하는 시민은 많이 줄었지만, 제주도 방문객은 30만 명이 넘는 웃지 못 할 기현상이 일어났다. 부모님을 만나지 말라고 했더니 여행을 떠나 아예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 셈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갑갑한 마음이 극에 달한 국민 정서를 통제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추석이나 설날이 아니면 고향 집을 찾을 일이 없기에 마찬가지로 고민이던 그때 만감이 교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자니 바쁜 일상에 언제 찾을 수 있을지 몰라 불효자가 되기에 십상이고, 휴게소에서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 자가운전은 부담스러웠다. 결론은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명절이 임박해도 다행히 부산행 표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김해국제공항 도착 직후 “9월 1일부터 공항 리무진 버스 중단”을 알게 됐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한 공항버스 회사는 아예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편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판단한 듯하다. 일반 버스는 내심 엄두가 나지 않아 택시를 탈까 했으나 2만 원이 훌쩍 넘는 예상 비용이라면 카셰어링, ‘쏘카’ 사용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쏘카 앱을 다운받고 집까지 이동하는(약 50분) 시간을 체크하니 이용료는 대략 1만 5,000원을 안내했다. 택시보다 싸고 처음 몰아보는 차를 시승하는 재미도 있겠다. 기회다 싶었다. 시간을 체크하고 예약하기를 누르니 지도가 뜨며 이용할 수 있는 쏘카의 위치가 표시됐다. 현재 위치로 부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아이콘도 함께 떴지만, 왠지 유료일 것 같고, 멀지 않은 곳에 쏘카존이 보였다는 점도 선택 이유다.

공항에서 도보로 약 5~10분 떨어진 주차장으로 향했다. 깨끗해 보이는 셀토스 한 대가 보였고 앱에서 해당 차를 선택하니 차량번호가 일치하는지, 상처가 없는지 미리 촬영할 수 있는 화면이 떴다. 휴대폰이 스마트키가 되어 차 문이 열렸다. 차 내부에 설치된 아틀란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했고,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주소지 부근 쏘카존이 얼른 보이지 않았고 내비게이션에 ‘반납존 안내’라는 문구 아이콘을 눌렀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반납존까지 42분’이라는 안내가 뜬 것. 예약할 때부터 반납할 곳을 지정하는 메뉴가 없었다는 점이 찝찝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내비게이션이 직전 반납지나 대표 반납지를 임의로 안내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할 수 없이 검색을 통해 가장 가까운 쏘카존을 찾았고 유유히 주차를 끝낸 후 앱을 열고 반납 탭을 눌렀다. 반응이 없었다. 예약해 놓은 반납 시간까지는 5분도 남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연휴임에도 다행히 고객센터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쏘카를 이용해봤는데 반납을 하려고 하니 활성화가 되지 않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해당 안내원은 생년월일을 묻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왕복 예약이 되어 있으니 공항으로 반납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웠다. 안내원에게 왕복 예약을 한 적이 없으며, 그런 안내메시지도 본 적이 없다, 나는 공항에서 집으로 오기 위해 쏘카를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용했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한 번 더 했다.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안내원의 답변은 짧고 간단했다. “고객님은 왕복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반납하셔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비용도 모두 청구됩니다.” 단호한 응대에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끊고 고민에 빠졌다. 공항으로 돌아가면 지금까지 쓴 비용을 한 번 더 내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시승으로 3만 원을 내는 셈이다.


이럴 리가 없다,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다른 안내원이 받았다. “저희는 편도가 폐지되었습니다. 왕복밖에 없습니다.” 편도가 폐지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10분 단위로 원하는 만큼만’ 이용하라는 쏘카의 광고문구가 생각나며 당혹감은 슬슬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첫 이용고객에게 최소한의 알림도 없는 카셰어링 서비스라니, 무조건 왕복하는 카셰어링이 렌터카와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이 이어졌다.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세 번째 안내원. “저희가 픽업을 보내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픽업하시는 기사분을 보내는 비용, 기사분이 공항으로 가져오는 비용, 그리고 그동안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비용을 모두 고객님이 내셔야 합니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반협박에 가까운 말투였다. 이렇게 비싼데도 쓸 거야? 하는 물음 같았다. 그 와중에 예상 비용의 범위도 알려주지 않았다. 방법이 없다고 말했던 첫 번째 안내원보다는 발전된 대답 같지만 결국 답이 없다는 말에 불과하였다. 결국 공항으로 돌아갔다. 처음 이용했던 금액을 다시 한번 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쏘카 앱을 지웠다. 그리고 쏘카 웹사이트에 들어가 자랑으로 가득한 페이지를 천천히 내려봤다.

24시간 언제나. 원하는 곳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이라는 핵심 메시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쏘카 서비스’, ‘이용 안내’, ‘요금 안내’ 메뉴로 들어가 모든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봤지만, 편도나 왕복에 대한 안내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세 명의 안내원 중 한 명이 지나가듯 말했던 ‘편도를 쓰시려면 부름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는 말이 생각나 앱을 다시 받고 부름 아이콘을 선택했다. “부름 서비스는 4시간 이상 이용하실 때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예약이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때서야 알았다. 쏘카는 광고와 달리 잠깐 이동할 때 택시 대신에 쓰면 안 되는 서비스라는 것을. 예약을 모두 마치고 목적지까지 이동해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사실에 무지했던가 하는 자문을 여러 차례 해봤지만, 쏘카가 내세우는 광고 문구와 고객의 니즈 간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동시에 어디에도 편도 사용은 불가임을 안내하는 문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린카는 메뉴에 ‘편도서비스’라는 별도의 메뉴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행, 출장, 귀가, 이사라는 상황까지 제시하며 고객의 혼란을 줄여줬다. 편도냐 왕복이나 하는 문제는 차를 빌리는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선택 메뉴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런 고객이 처음이 아닐 텐데,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 보기도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며 업체의 무성의한 설명과 고객센터의 심드렁한 피드백이 아쉬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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