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버거운 로열티 제로 피시방 창업 … 가맹비 제로, 시설비 재투자 효과
[기획] 버거운 로열티 제로 피시방 창업 … 가맹비 제로, 시설비 재투자 효과
  • 김현동
  • 승인 2020.09.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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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숨통 터준 역발상 … 02. 상권 분석으로 차별화

PC 유통 어벤져스 ‘서린씨앤아이, 맥스엘리트, 제이웍스’ 그리고 하늘다리




[2020년 09월 30일] - 로열티 제로 구조를 정착시키고자 합심한 1호 PC방이 금천구에 등장했다. 아레나 블랙(ARENA BLACK) PC방은 체인 형태를 답습하지만 그렇다고 체인은 아니다. 로열티를 없애니 소상공인 처지에서는 운영비용 부담이 확 줄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인테리어는 하늘다리, 부품은 지스킬 튜닝 메모리와 인원 케이스를 수입 유통하는 서린씨앤아이와 시소닉과 맥스웰 게이밍 파워를 공급하는 맥스엘리트, 게이밍 주변기기를 유통하는 제이웍스가 각자의 영역에 전문성을 내세웠다.

기존 PC방 대비 차별화 요소라면 긴 수명을 꼽는다. 빠르게 진화하는 PC 트랜드를 고스란히 반영한 하드웨어 제원은 애초에 충분한 여유를 뒀다. 업그레이드에 유리한 정황이다. 전원 소모량이 과다한 엔비디아 RTX 3시리즈도 VGA 교체만으로 대응한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또한 철저히 상권을 분석해 용량을 확보했다.

“업그레이드에 도래하는 기한이 다른 PC방보다 길도록 PC 부품을 선별했습니다. 수명만을 기준으로 프렌차이즈와 비교한다면 최대 3년까지도 무난하게 부분 업그레이드만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서린씨앤아이 김태왕 부장은 각 PC방은 성격에 따라 PC 구성을 달리한다고 설명한다.


가르는 기준은 지역 상권이다. 1호점이 들어선 금천구 상권은 주변에 오피스텔 비중이 큰데 이는 직장인 거주 비율이 높은 탓이란다. 이들 성인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원활히 구동될 수 있도록 PC를 구성했는데, 일반 프렌차이즈가 획일화된 제품 위주로 공급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상권에 따라 상호도 달리하는 전략도 특이하다. 아레나 블랙(ARENA BLACK)은 직장인 비중이 높은 상권 즉 성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PC방에 사용하는 명칭이며, 차후 선보일 아레나 화이트(ARENA WHITE)는 학생 비중이 높은 상권 즉 학원가 부근에 사용할 명칭이란다.

상호에 차이는 있지만, 아레나 블랙과 화이트 PC방은 초기 오픈에 들어가는 시설비를 제외하면 0원이다. 계약기한 동안 추가로 나가는 어떠한 비용도 없다. 하지만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가맹 PC방과 동일한 형태로 제공하며, 원한다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PC방이 대중화되면서 경쟁이 심화하였습니다. 프렌차이즈 시스템을 통하면서 창업이 쉬워진 만큼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증가했죠. 가장 최악은 20년 넘도록 시간당 이용료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에요. 창업 비용은 늘었는데 수익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거죠. 본사만 배를 불리는 현행 시스템에 변화가 없으면 PC방 창업은 갑과 을만 존재합니다.”

폐업률 29% 넘긴 자영업
PC방 창업, 생존확률 높이려면~

PC방 생존을 좌우하는 건 체질이라는 것에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집합금지·제한으로 지정되면서 한순간 영업정지 타격을 받았지만 9월 28일 자로 풀리면서 다시금 서비스가 재개됐다.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음이 코로나19 시국에 입증됐다. 하지만 기존 가맹 형태의 PC방이 서비스에 차별화를 두는 건 계약 조건 위반 여지를 남긴다. 4억에서 6억 안팎으로 필요한 초기 투자금에 본사에 맡기는 물품보증비까지 합치면 이 모든 것이 본사만 배를 불리는 좋은 일에 쓰인다고.

평범한 가장이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피시방 창업이라면, 가족의 생계가 걸린 피시방 창업이라면, 가맹 계약을 끝내고 새롭게 창업하는 피시방 사장님이라면. 그게 걸맞은 시스템의 필요성을 공감한다. 아레나 블랙/화이트가 지금까지 없던 프랜차이즈 피시방의 불합리한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펴낸 만큼 주사위는 창업을 계획 중인 사장님께 넘겨졌다. 그래도 편리한 창업이랍시고 프랜차이즈를 고집한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

만나본 업계 현장에서는 관련 부처 공무원이 소상공인 영업 실태를 너무 모르고 정책을 펴는 것이라 하소연했다. 과거 담배 연기 자욱하던 시절에 피시방을 즐기던 이들이 지금 주무관으로 성장했고 이들의 틀에 박힌 사상에 피시방은 여전히 어둡고 담배 냄새 만연하던 유해 환경이라고. 오히려 자리마다 칸막이 설비로 자리를 나눴고 흡연실은 별도 운영 중이며, 조명은 밝게 인테리어에 카페 보다 신경 쓰는 곳임에도 정부가 연상하는 피시방은 위험시설이다.

식사 중 마주 보고 침 튀기며 이야기하는 모든 음식점과 달리 애초에 칸 말고 나뉜 자리에서 개인별로 섭취하는 환경이며, 공조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카페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사용 후 자리별로 소독이 이뤄지는 운영 원칙은 타 업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피시방을 고위험 시설로 분류한 공무원의 인식만큼이나 결코 위험할 수 없는 이유다.


“피시방 폐업률이 29%를 넘겼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피시방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소형 업장은 앞으로 영업에 심각한 차질을 겪을 겁니다. 100대 미만을 보유한 업장이라면 한 자리 건너 영업을 할 경우 50대 미만을 간신히 가동할 수 있죠. 대형이 아니면 서비스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사장님의 재창업은 꿈도 못 꿉니다.”

소상공인의 힘든 시련에 단비가 되어줄 4차 추경이 지난 2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 7조 8천억 원 규모 자금 중 일부가 추석 전에 1차 지급됐다. PC방과 같이 정부가 강제해 문을 닫아야 했던 업종은 200만 원 지급이 골자다. 당장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는 공산인데 누적된 타격으로 프랜차이즈 피시방 상당수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로열티라는 족쇄를 채운 본사는 현 시국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밀하게 작성한 계약을 약정 기한 동안은 성실히 이행할 것만 강요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상생이라는 단어가 그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새롭게 출범한 피시방 창업 플랫폼 아레나 블랙/화이트에는 그간의 창업 구조가 불합리함에 동의한 유통사가 주축이 됐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피시방 사장님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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