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시설 낙인 찍힌 PC방 … 근거있나?
고위험시설 낙인 찍힌 PC방 … 근거있나?
  • 김신강
  • 승인 2020.09.29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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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옥죄이는 영업 중단 … 정부 형평성 어긋나

담배 연기 자욱하던 과거 PC방 세대 결정, 관료주의 폐해




[2020년 09월 29일] - 대부분의 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특히 소상공인들은 유례없는 고난의 기간을 보내고 있다. 체감경기는 IMF, 금융위기 때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대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식업, 다중이용시설과 같은 대부분의 소상공인 종사자들은 돈을 지급해야 할 고객이 거리에 나오지 않는 한 위기를 벗어날 마땅한 방도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올해 내내 근근이 버텨오던 소상공인들에게 광복절 집회에서 비롯된 코로나 확산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치명타를 안겼다. 2주간 학원, 체육시설 등이 전면 영업 중단되고 음식점, 카페에도 제한이 가해지며 거리가 텅텅 비었다. 국민적인 불안감은 이 기간 내내 대한민국 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정부가 7조 8천억 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전액 국채로 긴급 편성한 핵심 이유도 소상공인 지원에 중점을 두기 위함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영업을 아예 할 수 없거나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들에게 긴급 자금을 수혈해 회복을 돕겠다는 취지다. 사업체별로 1~2백만 원 수준의 지원을 받았으니 이마저도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처방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으나 정부도 이 시국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정부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집단 감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건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정책의 일관성이나 형평성이 있는가, 자영업자들이 일하는 현장에 대한 실질적이고 깊은 이해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피시방 창업을 컨설팅하고 관련 부품을 유통하는 ‘서린씨앤아이’의 김태왕 부장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는 시국에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을 욕하는 사업자는 아마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형평성이에요. PC방의 경우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고 모든 방문객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카페나 음식점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런데 취식이 금지되어 있고 2.5단계 때는 아예 영업하지 못하게 했죠. 정부는 각 업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혀 되어있지 않고 편견을 가진 채 고위험시설을 마음대로 나누고 있어요.”

PC방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번 달 13일까지 무려 26일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현재 PC방들의 매출은 코로나 이전을 100으로 봤을 때 평균 20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다. 그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도 기껏해야 50~60% 정도 매출이 회복되면 다행인 수준으로 전망한다.

PC방은 청소년 출입 제한에 고위험시설 낙인이 찍히며 시장이 완전히 위축된 실정이다. 평균 4~7억이 드는 높은 창업비용, 매출 상황에 무관하게 계속해서 발생하는 프랜차이즈 가맹 비용,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음식물 판매 금지 등 사방에서 악재만 계속되고 있다. PC방이 포함된 관광, 여가, 오락 업종은 이번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부동산 114의 발표에 따르면 2/4분기 폐업률이 10.8%에 달한다.

PC방은 과거 어두운 조명과 담배 연기가 자욱하던 시절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흡연실은 격리된 별도의 공간에 마련되어 있고, 주로 지하의 넓은 공간을 쓰는 만큼 화재 대비나 환기 시설도 다른 업종에 비해 대비가 철저한 편이다.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 이후 종교시설, 요양 시설, 직장, 학교, 카페, 음식점 등 다양한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PC방 방문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PC방 점주들의 불만을 드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음식을 먹기 때문에 고위험시설에 든다는 일부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김 부장의 주장처럼 취식에 있어서 PC방보다 안전한 곳은 드물다. 각자 모니터를 바라보며 취식을 하므로 마주 보고 식사를 하는 음식점보다 더 근본적인 비말 차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28일부터 음식 판매와 섭취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김 부장은 “정부가 정말 소상공인을 돕고 싶다면 PC방이 밀폐된 공간에 탁한 공기가 흐를 것이라는 편견을 앞장서서 깨줘야지 오히려 고정관념을 강화하면 안 된다”며 “웬만한 음식점이나 카페보다 훨씬 더 위생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이는 부분은 집단의 ‘규모’ 부분이다. 결혼식, 동창회 등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행사는 여전히 금지되고,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포장만 허용하는 동안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모이는 대형마트의 경우는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주장이다. 여전히 아주 작은 음식점에 들어가도 QR코드나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는 데 반해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는 명부를 작성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대형 예식장에서 가족들만 모인 채 딸의 결혼식을 치러야 했던 박 모 씨는 “사람이 많다고 결혼식을 못하게 할 거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더 근거리에 붙어있는 대중교통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의 의지로 만드는 모임과 어쩔 수 없이 생활 속에서 이용해야 하는 교통이나 대형마트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더 세심하고 객관적인 방역 정책을 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강화하려다 소상공인들의 형편을 고려해 2.5단계로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소상공인들의 폐업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삶은 빠르게 피폐화되고 있다.

단순히 사장님들의 실패가 아니라 사업자가 속한 가족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교육, 여가 등 경제가 순환하는 숨구멍을 원천적으로 틀어막는다. 대한민국의 99%는 중소기업과 그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200만 원의 긴급지원금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미 도래한 비대면 시대에 안전하게 대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론적 고민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와 사업자들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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