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던 다이슨, 또 한번 신제품 러시
없어서 못 팔던 다이슨, 또 한번 신제품 러시
  • 김신강
  • 승인 2020.09.11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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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가는 모발? 20mm 30mm 소비자는 난감하네~

기존 기기에 추가된 도구. 기존 제품과 차별화 의문?




[2020년 09월 10일] -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은 최근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상징과도 같은 최대 히트작 무선청소기 V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의 표본이 됐던 브랜드 이미지는 LG의 A9 코드 제로, 삼성의 제트 등이 물걸레 기능을 탑재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선보이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오히려 다이슨이 가성비가 좋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나오면서 ‘더는 특별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슨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바로 헤어케어 분야였다. 열로 인한 헤어 손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16년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출시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기존 헤어드라이어와 달리 원통형의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슈퍼소닉은 5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등장했음에도 다이슨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내구성 논란, 기능 대비 과하게 비싸다는 반응이 나타나며 이용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부침을 겪던 다이슨은 2018년 말 헤어스타일러 ‘에어랩’을 출시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슈퍼소닉을 출시할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한 ‘열 손상 없는’ 헤어케어 기술을 스타일러에서 인정받으며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된 것이다. 스타일러 본체에 여러 가지 형태의 스타일링 툴을 옵션으로 선택하게 한 판매 전략이 주효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는 고수하면서도 고객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표적인 스타일링 툴인 ‘롱 배럴’은 출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고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이슨은 10일 온라인을 통해 ‘다이슨 버추얼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를 했다. 방송인 안현모와 헤어 전문가 정난영 원장이 함께 진행한 이 행사에서 다이슨은 에어랩의 두 가지 스타일러 툴을 새롭게 선보이고 가장 최근 제품인 ‘다이슨 코랄 스트레이트너’와 에어랩을 사용해 쉽게 헤어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팁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다이슨 모발 연구소의 시오나 테벗 엔지니어가 출연해 ‘헤어 사이언스 4.0’을 공개하고 다이슨의 모발 과학 연구에 대한 경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테벗 엔지니어에 따르면 다이슨은 지난 7년간 1억 파운드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고, 10,551개의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열로 인한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고 오래 가는 스타일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다이슨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며, 헤어케어 분야에서도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며, “다이슨은 모발 과학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전문 지식을 통해 모발을 손상시키지 않고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다이슨이 새롭게 출시한 ‘20mm 에어랩 배럴’과 ‘스몰 라운드 볼륨 브러시’는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20mm 배럴은 기존 30mm, 40mm 배럴스타일링 툴 대비 더 촘촘한 컬을 연출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특히 약하고 가는 모발에도 컬이 오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 얇아지고 길어지면서 가는 모발도 새지 않도록 붙잡아 스타일링을 돕는다.

다이슨의 에어랩은 일반 다른 회사의 스타일러와 달리 머리가 완전히 건조되기 전에 사용한다. 다 마른 머리에 열을 가하면 그만큼 손상이 더 심하게 가는데, 다이슨이 덜 마른 모발에도 스타일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그들이 내세우는 핵심 기술 ‘코안다 효과’에 기인한다.


코안다 효과는 물체 표면 가까이에서 형성된 기류가 압력의 차이로 인해 물체의 표면에 붙는 듯한 형태로 흐르는 현상을 뜻한다. 공기역학 현상을 이용해 모발을 감싸는 기술로,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열의 비중이 줄어든다. 다이슨에 따르면 타사 제품 대비 50% 수준의 손상도로 스타일링이 가능해 모발을 감싸는 큐티클의 손실을 덜어준다고 한다.

20mm 배럴이 가는 모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몰 라운드 볼륨 브러시는 짧은 모발이나 앞머리에 초점을 맞췄다. 긴 머리는 자유롭고 현란한 컬로 풍성한 연출을 할 수 있지만, 짧은 머리는 컬보다는 뿌리 볼륨을 살려 봉긋한 연출을 하는 것이 스타일링의 핵심이다. 코안다 효과를 살려 머리카락을 브러시 표면으로 끌어당기고 공기를 밀어내 일반인도 쉽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본 제품이 자랑하는 효능의 골자다.

그러나 한편으로 새로운 하드웨어가 아닌 기존 제품의 헤드에 끼워서 쓰는 ‘부자재’를 공개하기 위해 이렇게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다이슨은 두 가지 ‘신제품’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가는 모발, 짧은 모발을 위한 작은 키트를 추가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새로운 타이틀이 아니라 기존 게임의 DLC(확장 콘텐츠) 출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더구나 새롭게 출시한 두 가지 툴 모두 기존에 자리 잡은 제품군과 용도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이슨은 20mm 배럴의 경우 가는 모발에 컬을 주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30mm 배럴을 출시할 당시에 다이슨은 40mm는 굵은 모발, 30mm는 가는 모발을 위해 탄생한 제품이라 했다.

스몰 라운드 볼륨 브러시의 경우 기존에 출시한 ‘라운드 볼륨 브러시’가 있다. 라운드 볼륨 브러시의 제품 설명에는 힘이 없고 숱이 적은 모발을 위해 설계했다는 이야기가 명시되어 있다. 가는 모발의 ‘정도’, 힘이 없는 모발의 ‘정도’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렵다.

브러시 하나가 5만 원을 훌쩍 넘는데 겹치는 제품군을 만들어 놓고 고객의 주관과 직관에 슬며시 넘기는 인상이 짙다. 소비자에게 고민을 전가하고 겹치는 용도의 브러시를 모두 사도록 의도하는 듯한 의구심이 인다. 신제품의 타깃이 될 소비층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는다.


자연스럽게 다이슨의 혁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다이슨은 진부하고 고루한 카테고리를 그들만의 새로움으로 개척해 나가는 기업이었다. 무선 청소기,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모두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마지막 히트작인 ‘에어랩’의 생명 연장을 위한 게으른 접근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하드웨어인 ‘다이슨 코랄 스트레이트너’의 경우 다이슨이 자랑하는 다양한 스트레이트 기능보다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화제였다. 차라리 2년 전 제품인 에어랩을 무선으로 선보였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지금 미디어를 직접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치러진 행사이지만 ‘2가지 신제품 행사’라 명명하기엔 어색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다이슨은 이번 행사로 다음 신제품 발표 때 더 크고 더 새로운 혁신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스스로 떠안은 셈이 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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