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씰 뜯긴 파워가 어쩌다 신품으로? … Z 브랜드 뭇매
봉인씰 뜯긴 파워가 어쩌다 신품으로? … Z 브랜드 뭇매
  • 김현동
  • 승인 2020.09.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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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브랜드 파워 재포장 논란, 중고를 신품 둔갑?

회사 측 이중라벨 지적에 전수검사 흔적 해명




[2020년 09월 05일] - PC 사용자라면 익히 들어봤던 브랜드라 더욱 귀를 의심했다. 글로벌 사기극으로 결론 난 모뉴엘이 인수부터 엇박자로 좌초하던 사세는 결국 시장 퇴출이라는 절차를 밟을 거라 예상했건만 회사는 오랜 부침을 거듭한 끝에 회생 절차를 개시한다.

쿨러 기술력은 해외에서 인정받았고, 파워도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여 적잖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브랜드인지라 여론도 우호적인 것이 당시 분위기다. 지난 해 대만에서 만나본 브랜드 관계자는 신제품을 원점에서부터 검토했고, 반등할 준비를 끝냈음을 알린 바 있다. 해외 시장을 시작으로 과거의 부흥을 이제라도 수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이었다.

하지만 그 각오는 총 7번이나 제품을 교환 받고도 분노한 사용자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회사 측의 해명도 사용자 마음을 원점으로 돌리는 데 실패했다. YTN가 공개한 ‘한 남성이 7번이나 이중씰 제품을 받게 된 사연?’ 영상을 시작으로 논란이 퍼지고 있으며, 삽시간에 커뮤니티까지 흘러 들어가 ‘실망했다’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상황.

제조사의 해명이 더 궁색하다는 지적까지 Z 브랜드를 향했던 일말의 기대까지 접겠다는 뜻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더욱 명확해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7번이나 군말 없이 교환을 해줬네요~ 라는 뉘앙스가 가장 양호한 표현이다. 애초에 ‘죄송합니다. 회사가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면 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관하다가 키운 셈이다.

“유독 그 상품의 불량률이 조금 높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공장에서 생산해놨던 제품을 100% 다시 검수해서 출하하다 보니까…” Z 브랜드 관계자가 방송에서 한 해명이다. 이어 ‘일일이 씰을 다 떼고 붙이기는 힘들어서 위에 (이중) 라벨링이 된 거고’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사연을 영상으로 접한 시장 분위기를 더욱더 싸늘하게 만들었다.

용산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은 일단 개봉한 제품에 대해 ‘리퍼’라는 기준을 도입하는데 이는 신품이 아닌 중고에 가까운 제품에 쓰이는 단어다. 사용 여부를 떠나 포장을 개봉한 중고로 분류하기에 가격도 단순 개봉 이력을 내세워 A급 중고에 준하는 수준의 할인가를 적용해 판매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처럼 굳었다.

전수검사 흔적(?!) 파워, 신품 둔갑 시장에 유입
7번 교환 받은 Z 파워 구매자 “더는 못 믿어”

구매자는 처음 구매한 파워에서 봉인씰이 이중으로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교환을 요청했는데 거듭한 횟수가 총 7번에 달했다고 말한다. 7번 교환 모두 도착한 파워 제품의 봉인씰이 동일하게 뜯겼고 그 위에 재작업한 파워였다고. 처음 한두 번은 실수이겠거니 가볍게 넘겼지만 교환한 횟수가 7번에 달하자 단순한 실수가 아님을 직감했다는 것. 사실상 리퍼 제품으로 분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거다.

위클리포스트는 전원공급장치를 시장에 공급하는 타 브랜드 관계자에게 상품의 봉인씰 정책에 관해 문의했다. 관건은 두 가지다. 1. 제조사가 봉인씰을 특정 사유로 손상하는 경우 2. 전수검사를 할 때 봉인씰 취급 규정. 확인 결과 제조사는 공통으로 봉인씰을 내부 사정으로 손상해야 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봉인씰을 임의대로 손상한 제품은 원칙상 신품 판매를 금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수조사를 이유로 봉인씰을 개봉해야 하는 경우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는 것이 원칙 또한 같았다. 심지어 현지 생산 공장에 QC 담당자를 상주 시켜 품질 관리에 신경 쓰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제품의 출고를 즉시 중단해 불량률에 대해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도 모를 만일의 가능성 때문에 제품 입고당시 샘플링을 통해 봉인씰을 개봉하는 경우는 발생하며 이 경우에라도 해당 제품은 리퍼로 분류해 쇼핑몰을 통해 시중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브랜드마다 리퍼 전용 몰을 운영하거나 특정 시점에 리퍼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박스 개봉을 이유로 이렇게까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상 포장이 손상된 제품이 신품으로 둔갑해 시중으로 유입되고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업체가 내세우는 주요 골자다.

“판매 정책의 문제다. 불가피하게 전량을 상대로 재검수를 했다면 기존 태그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다시 부착하는 것이 성의다. 구매자는 신제품을 주문한 것이지 손상된 태그가 이중으로 부착된 파워를 주문한 것이 아니다. 나 같아도 개봉한 흔적이 명확한 제품을 받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제품을 받았을 때 사용자가 어떤 마음이 들까? 를 한 번이라도 고민했다면 이중 부착은 못 한다.”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전언이다.

기업이 그동안 구매자를 상대로 취했던 자세를 떠올리도 답은 명확했다. 구매한 파워의 멀쩡하던 봉인씰을 사용자가 임의 손상하고 반품을 요구할 경우 과연 Z 브랜드는 아무렇지 않게 반품 승인을 했을까? “봉인 라벨이 파손되어 있을 경우 내용물 누락 및 이상에 대해 당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유달리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낙관적이라 보여지는 모습이라면 그렇다고 해도 구매자가 주장한 대로 7번이나 교환을 군소리 없이 한 것은 고객 정책이 우려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니라는 방증. 오랜 시간 부침이 심했던 회사 여건상 제대로 대응할 매뉴얼도 부족할 테고, 다급한 납기 일정을 맞추다 보니 발생한 우여곡절로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CS 대응의 미흡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게 키운 격이 됐다는 것. 품질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외 창구와 소통하는 역량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되새겨야 할 사례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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